"年3% 금리면 장땡"… 헤매는 뭉칫돈들

    입력 : 2017.09.14 09:11

    [갈 곳 잃은 자금, 상반기 1040兆]


    "비교적 안전" RP·전단채 상품… 떴다하면 완판, 여분 찾아 원정도
    주식은 북핵 위협에 불안하고 부동산도 8·2 이후 시들한 탓


    "특판 알피(RP) 한도 남았나요?"


    13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는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키워드)에 가입하겠다는 고객 문의가 온종일 쏟아졌다. 특판 RP는 한투증권이 지난 5일 5000억원 한도로 출시한 상품인데, 고객이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자금을 옮겨와 가입하면 3개월에 연리 3%를 준다.


    임민영 한투증권 압구정PB센터장은 "8·2 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면서 "1인당 최대 한도인 10억원씩 가입한 고객이 많아 지점 한도가 금방 차 버렸다"고 했다. 압구정동에서 특판 RP를 가입하지 못해서 결국 강북 쪽 지점을 찾아갔다는 주부 김모(45)씨는 "요즘 금리가 바닥이다 보니 3%라면 무척 후한 상품 아니냐"면서 "특판 여분이 남아 있다는 강북 지점까지 가서 간신히 가입했다"고 했다.


    문성필 한투증권 전무는 "특판 RP 판매 기간은 연말까지로 예상했는데 1주일 만에 3500억원 넘게 팔려나가 속도가 빠르다"면서 "시중 RP 상품에 비해 금리가 3배 정도 되다 보니 투자자들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되자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투자처 찾아나서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자산 시장에서 '알파(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 사냥'이 치열해지고 있다. '알파 사냥'이란,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이 시장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상황을 묘사한 말이다. 은행 상품보다 금리를 많이 주는 특판 상품이 나오면 시중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뜨거운 경쟁이 벌어진다. 시중에 갈 곳 없이 떠도는 자금은 1000조원이 넘는데, 정부 규제로 부동산 전망은 불확실해지고 주식시장은 북핵 위협으로 불안해지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는 "8·2 대책 이후 자산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관망하겠다는 자세로 바뀌고 있다"면서 "부동산 대기 자금은 다른 투자처로 바로 갈아타기보다는 단기 부동 자금으로 떠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 3%대 특판 상품 나오면 장사진


    정부의 8·2 대책 이후 몸값이 높아진 상품은 전자단기사채(전단채)처럼 만기는 1~3개월 정도로 짧으면서 은행 이자보다는 수익이 더 나오는 상품이다. 전단채란 기업들이 만기 3개월 미만의 단기 자금을 조달하고자 실물(종이) 증서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지난달 신한금융투자는 10여 전단채를 모아서 운용하는 전단채 랩(자산관리계좌)을 900억원 한도로 내놨다. 3개월 만기에 연 2.1% 정도 수익이 예상되는 상품이었는데 1분 만에 마감됐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달 24일 판매한 상품 역시 만기가 3개월로 짧으면서 수익은 연 3.7%로 높은 편이어서 400억원 한도가 1분 만에 동났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분당의 공동주택 단지에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인데, 100% 분양이 완료되어 리스크가 크지 않은 상품이었다"면서 "판매 한도가 크지 않다 보니 물량을 빨리 잡지 못한 PB들은 나중에 고객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만기가 긴 상품은 원금 보장과 같은 안전 장치를 장착해 고객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증권은 만기 때 원금을 90%까지 보장해주면서 연 12%(세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신개념 ELS(주가연계증권)를 내놔 600억원가량을 모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전자 같은 개별 종목의 주가가 2% 이상 오르면 세전 연리 12%를 지급하는데, 만기 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손실률은 최고 -10%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RP(환매조건부채권)


    증권사가 만기 때 정해진 조건으로 채권을 되사기로 약속하고 판매하는 채권을 말한다. 통상 증권사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한다. 증권사가 문을 닫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판 RP는 미끼 상품으로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