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20兆 '디지털 전광판' 격돌

    입력 : 2017.09.12 09:13

    [공항·경기장·쇼핑몰…전세계 대형 수주전서 승패 주고받아]


    - 2020년 35兆시장 급성장 전망
    삼성전자, 최근 인천공항서 수주… LG전자, 작년 美공항 수주전 승리
    고급TV 수준 고해상도 제품 출시, TV 강자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
    세계 1위 삼성, QLED 제품 공개… 2위 LG, OLED 기술로 판 흔들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 20조원 규모의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디지털 전광판) 시장을 놓고 전 세계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공항, 경기장, 공연장, 쇼핑몰 등에서 벌어지는 대형 수주전에서 맞붙으면서 승패를 주고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패권을 놓고 전 세계에서 격돌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인천 남구 SK행복드림구장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 '빅보드'. 가로 63m, 세로 18m 크기로, 야구장 전광판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삼성전자


    가장 최근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쪽은 삼성전자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내년 1월 개장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되는 디지털 사이니지 374대 중 352대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사 카운터, 수속·수하물 안내판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들이다. 반면 LG전자는 86인치(218㎝)짜리 대형 사이니지 22대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 수주전에서 LG전자가 대승을 거뒀다. 당시 LG전자는 연간 4100만여 명이 이용하는 이 공항에 55인치(약 140㎝)짜리 700대를 비롯해 디지털 사이니지 총 1050대를 설치하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4년 17조1000억원에서 내년 27조8000억원, 2020년 35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기존 전광판은 글자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해상도에 그치는 반면, 최근 출시되는 디지털 사이니지는 고급 TV에 쓰이는 수준의 고해상도를 갖추고 있다. 야구장 한쪽 끝에서 반대편 전광판에 표시되는 영상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다. 삼성전자·LG전자 등 TV 강자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내에 김석기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전담팀을 두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 TV사업부에서 ID(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를 독립시키고 권순황 부사장의 지휘 하에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IFA 2017'에서도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이외에 일본 소니·파나소닉·샤프, 터키 베스텔 등이 다양한 크기의 디지털 사이니지 신제품을 전시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베스텔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형 TV 시장과 달리 디지털 사이니지는 진입 장벽이 낮고 기술력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격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동남아시아·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패권을 놓고 맞붙고 있다. 2010년부터 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에 최근 일본 NEC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 LG전자가 매섭게 도전하는 구도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통신 장비까지 한꺼번에 제공해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종합 서비스를 내세워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4개 대형 경기장의 전광판 17개를 설치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LG전자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몰'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 OLED 디스플레이 820장으로 물결이 치는 듯한 곡면을 연출했다. /LG전자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가의 플라자센트럴 빌딩 외벽에 429㎡짜리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최대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7'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인 QLED(양자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사이니지 제품을 공개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에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들여와 판을 흔들고 있다. OLED 패널로 만든 디지털 사이니지는 휘어지게 만들 수 있어 곡면,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LG전자는 지난 7월 인도 뉴델리 근교에 있는 프리미엄 쇼핑몰인 '앰비언스몰'에 OLED 패널 70장을 들여 원통형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지난달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대의 쇼핑몰 '두바이몰'에 가로 50m, 세로 14m짜리 초대형 사이니지를 선보였다. LG전자는 OLED 패널 820장으로 물결 모양의 곡면을 연출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 사업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공공장소에 설치돼 정보나 광고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비행기 출발·도착 정보가 표시되는 공항 전광판, 빌딩 벽면이나 옥탑의 광고용 전광판, 야구장 점수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출시되는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은 고급 TV에 쓰이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