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 회장, 재허가 심사 두 달 앞두고 사퇴

    입력 : 2017.09.12 09:01

    [오늘의 세상]


    "소유·경영 완전히 분리하고 대주주는 이사 임면권만 행사"
    아들 윤석민 부회장도 사퇴


    - 노조 "지난 정부와 유착" 주장
    "윤 회장, 朴정부 도와주라 발언" 11월 방통위 심사 부담 느낀 듯
    盧정부땐 허가 취소 직전까지 가… SBS 적자도 내부 반발 불러


    - 물러나는 SBS 창업자
    "지상파 방송 규제 개선 위해 당시 정권 눈치 보기도 했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안 넘어… 공정방송에 흠집, 사과드린다"


    윤세영 SBS 회장이 11일 회장직과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윤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사내 방송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의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모두 사임할 것"이라며 "대주주로서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비상무 이사직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국내 첫 지상파 민영 방송사로 출범해 27년간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창업자 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대주주로서 이사 임면권만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연말로 다가온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BS의 소유·경영 분리하겠다"


    윤 회장의 담화 직후 박정훈 대표이사 사장은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해 SBS와 SBS프리즘타워 윤석민 의장 집무실을 없애고 비서팀은 해체해 현업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방송 독립성을 강화하고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도 본부·실·센터장이 책임지고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노조는 올해 들어 줄기차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요구해왔다. 이달 초 SBS노보는 작년 4월 윤 회장이 보도본부 부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 지원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정부와 윤 회장의 유착설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이 뉴스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SBS노조는 윤 회장이 강조했던 앵커 멘트의 원칙이나 뉴스 제작 방침을 뉴스 제작에 개입하는 '보도 지침'이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이날 담화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지상파가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에서 뒤처지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 눈치를 일부 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언론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의 충정이 지금 돌이켜보면 공정 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연말 재허가, SBS 지배 구조도 큰 부담


    윤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SBS 재허가 청문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재허가 취소 직전까지 갔던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특히 재허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효성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도·제작의 중립성, 자율성을 중점 심사하고, 방송사들의 지배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보도 제작 편성권과 언론사의 경영 분리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여기에 전 정권 기간에 SBS 고위직 출신들이 청와대 요직에 두루 진출했던 것도 부담이다. SBS의 한 간부는 "이명박 박근혜 두 전임 정부 기간에 SBS 주요 간부 출신들이 청와대 비서실과 홍보수석 등에 진출해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아무런 '액션' 없이 재허가 시즌을 맞이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노조는 SBS의 적자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SBS는 작년에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89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콘텐츠 유통 회사 SBS콘텐츠허브(65%)와 케이블 채널 SBS플러스(100%)는 각각 144억원과 132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에 대해 SBS노조는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들에 수익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SBS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박정훈 사장은 이날 따로 담화문을 통해 "더 이상 SBS 이익이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SBS의 모든 계약 관계를 점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