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가 이해진 깎아내리자... 이재웅 "金, 오만하다" 직격탄

    입력 : 2017.09.11 09:45

    이해진의 네이버 총수 지정에 인터넷 업계 불만 대변한 듯…
    이재웅, 논란 커지자 "오만이라는 표현 부적절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봤지만 이해진은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것


    - 이재웅 다음 창업자
    한일 최고의 인터넷 기업 맨몸으로 세운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다니 화난다


    인터넷 포털 다음(daum.net)의 이재웅(49) 창업자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실명(實名)을 거론하면서 '오만하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미국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와 비교해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하자 이재웅 창업자가 이에 반박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이재웅 창업자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고, 2014년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카카오의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 상태다.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창업자와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조 위원장에 '오만하다' 직격탄 날린 다음 창업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9일 자신의 전체 공개 페이스북에 '김상조 위원장이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 창업자는 '동료 기업가로서 화가 난다'고도 썼다. 이 창업자의 글에 등장한 '기업가'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이재웅 다음 창업자. /뉴시스·연합뉴스


    발단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잡스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독재자 스타일의 최악의 최고경영자다. 그러나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잡스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 전 의장(이해진 창업자 지칭)은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전 의장과 짧은 대화를 했지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며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달 14일 세종시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자신에 대한 총수 지정 문제로 김 위원장과 20여분간 대담을 나눴다.


    이재웅 창업자가 '경제 검찰'의 수장인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은 공정위가 이달 초 준(準)대기업 집단 지정을 하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총수(오너 경영인)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총수 지정으로 이해진 창업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친·인척 개인 회사들도 모두 네이버와의 거래를 공개하는 규제를 받게 됐다.


    이 창업자는 그러나 10일 자신의 발언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일으키자, 이날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오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했다"며 "김상조 위원장의 표현도 부적절했지만 내 표현도 부적절했다"고 수정한 글을 올렸다.


    ◇"인터넷 기업은 규제하지 말아야" vs. "예외는 없다"


    이재웅 창업자의 공정위 비판은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총수 지정과 관련한 일부 인터넷 업계의 불만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이재웅 창업자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도 '이분(김상조 위원장)은 재벌하고 닭싸움은 잘하는지 모르겠으나 공정한 양반은 아닌 듯하다' '직접 기업가 해보지'와 같이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붙고 있다. 인터넷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은 순환 출자 등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공공연하게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도 했지만 우리는 다르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예외없는 규제' 원칙에 대한 지지 입장도 적지 않다. 네이버가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견제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과 같은 후발 기업의 성장이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터넷·모바일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그 분야 벤처기업들은 생존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올리는 삼성·LG는 온갖 규제를 다 받는데 정부가 주도한 초고속 인터넷·이동통신 인프라 위에서 성장한 인터넷 기업만 예외를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