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는 신용등급 하락 주범... 대출·카드 이용액 많아도 깎여

      입력 : 2017.09.07 09:13

      [신용 1등급 1000만명 시대… 등급 관리 잘하는 노하우]


      연체금 10만원 미만은 문제 없어
      인터넷·대출권유로 돈 빌렸다면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 미칠수있어
      세금·과태료 체납정보도 포함, 케이블방송料 제때 안내도 영향
      주거래 은행이 신용등급에 유리
      카뱅은 카카오택시 이용실적, K뱅크는 핸드폰 납부이력 반영


      개인 신용 평가 회사(CB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개인 신용 등급이 최고인 1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약 1076만명에 이른다. 이는 신용 거래가 전혀 없는 일부 국민을 제외한 4500만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평가 대상 4명에 1명꼴로 신용 등급 1등급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용 등급을 높이 올리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신용 등급은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좋은 신용 등급을 받고, 유지하고 또 대출받을 때 유리한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신용 관리의 첫걸음은 CB사 등급 관리


      일반적으로 개인 신용 등급이라고 하면 개인 신용 평가 회사가 매긴 등급을 말한다. 현재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곳은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두 곳뿐이다. 이들이 평가한 정보는 거의 모든 금융회사에서 대출이나 카드 발급 심사 등을 할 때 기초 자료로 삼는다. 신용 등급 관리의 첫걸음이 CB사 등급 관리가 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개인 신용 평가 회사는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특정인과 관련한 각종 신용 정보를 취합해 요소별로 점수를 매긴 뒤 점수대별로 신용 등급을 부여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항은 현재 연체 중인 대출 여부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연체 여부가 전체 평점의 약 40%를 차지한다. 아무리 연봉이 많고 신용이 좋더라도 카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대출 상환 시기를 놓치면 금세 신용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연체하더라도 10만원 미만이거나 5거래일 미만이라면 단순 착오로 보기 때문에 신용 등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음으로 어떤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같은 대출이라도 은행이 아닌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대출을 권유하는 업체의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 사실만으로도 신용 등급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나 모바일 뱅킹을 통해 자신이 직접 신청한 대출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소득에 비해 대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대출이나 카드 등을 통한 신용 거래를 얼마나 꾸준히 해왔는지 등을 고려해 신용 등급이 정해진다. CB사가 활용하는 정보에는 금융회사의 연체 정보뿐 아니라, 국세·지방세·과태료 체납 정보는 물론 케이블 방송, 통신업체, 백화점·도소매 업체 같은 비금융회사에 연체한 정보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매달 대출과 카드 대금을 꼬박꼬박 갚았더라도 케이블 방송 요금을 제때 이체하지 않으면 신용 정보가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거래은행이 신용에 유리, 인터넷 은행은 통신 요금 등 활용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CB사에서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체 수집한 고객 정보, 자체 신용 평가 모형 등을 활용해 실제 대출 등에 이용하는 신용 등급을 산출한다.


      특히 주거래은행 고객은 내부적으로 매기는 신용 평점에서 가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출을 받고자 한다면 단순히 금리가 낮은 은행 상품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거래은행 상품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신용 등급이 높을수록 대출 금리도 낮아지게 마련인데, 거래 실적이 많이 쌓이면 주거래은행의 신용 등급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출범한 인터넷 전문 은행은 기존 은행의 평가 방식 외에 독자적 평가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통신 회사 KT가 대주주인 케이뱅크는 통신 정보를 평가에 활용한다. 즉 고객 통신비가 연체됐는지, 로밍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을 평가 항목으로 둔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로밍을 자주 하는 고객이라면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조만간 고객들의 신용카드 정보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카드를 주로 유흥에 쓴 사람보다는 서점이나 문화 생활에 쓴 사람이 대출금을 제때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식이다. 또 편의점 체인 GS25의 점주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엔 편의점 매출 규모와 추이 등을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뱅크도 점차 다양한 빅데이터 정보를 심사에 활용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려 중인 방안에는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통신 요금 정보를 활용하는 것 외에도 G마켓·옥션 같은 오픈마켓 판매자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 이들의 매출 관련 정보나 고객들의 평판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카카오택시 기사의 운행 관련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출을 신청한 카카오택시 기사가 평소 콜을 얼마나 자주 받는지, 운행 후 고객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등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P2P(개인 대 개인·peer to peer) 대출업체들도 차별화된 대출 심사 기법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개인 신용 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렌딧'은 CB사로부터 받는 현재의 신용 등급 외에 고객의 신용 등급 변화 추이를 함께 살핀다. 신용 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점차 좋아지는 추세라면 상대적으로 가점을 주는 식이다. 또 다른 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는 대출을 전후한 고객 행동도 살펴 평가에 반영하는데 "대출이 언제 되느냐"고 재촉하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신용도를 낮게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