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 상품 다 모아 판매... '카테고리 킬러' 급성장

    입력 : 2017.09.06 10:19

    - 兆단위 연매출… 유통 강자로
    화장품·목욕용품만 1만 5000개
    올리브영, 4년새 매출 4배로
    생활잡화 전문점 다이소, 가성비 앞세워 올 2兆 매출 노려


    '신규출점 제한' 등 규제 안받아
    대형마트 "똑같이 규제해야"


    화장품·생활용품·가구와 같이 특정 상품군만을 모아 저렴하게 파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전문 유통업체)'들이 최근 3~4년 사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목욕용품을 파는 올리브영(회사명 CJ올리브네트웍스)과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다이소아성산업)는 올해에는 2조원대 매출을 넘보고 있다. 전자제품 판매점 롯데하이마트는 작년 매출 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4조원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카테고리 킬러는 "이곳에만 가면 국내에서 파는 해당 분야의 모든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약진하고 있다. 반면 대형 마트와 같은 종합 대형 판매점들은 성장세가 꺾이는 추세다.


    ◇조(兆) 단위 매출 올리는 카테고리 킬러들


    올리브영은 최근 4년 사이 해마다 매출이 20~40%씩 늘고 있다.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1조1140억원으로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 매출 3075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 회사는 작년에만 250여 개의 신규 매장을 열며 매장 수를 800개로 늘렸다. 올해도 공격적인 신규 점포 확장에 나서 연내에 점포 수가 100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이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화장품이나 목욕용품만 1만 5000개 이상 취급해 다양한 제품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생활잡화 전문점인 다이소는 올해 매출 2조원 돌파를 노린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은 올해 상반기 약 9000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긴 다이소는 2년 만에 다시 2배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이소는 볼펜·공책·그릇·프라이팬 등 온갖 생활용품을 대부분 5000원 이하에 판매하는 저가 매장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월등한 게 강점이다.


    전자제품 전문점 롯데하이마트는 TV·냉장고·세탁기·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드론(무인기)·전기차·조립식 완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마트의 강점은 각 제조사 제품을 비교해 구매할 수 있다는 것. 가구 시장의 카테고리 킬러인 이케아는 국내에서 광명점 한 곳에서만 작년에 3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10월 2호 고양점을 내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카테고리 킬러들이 급성장하는 동안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종합 대형 판매점은 성장 정체에 빠져있다. 약 30조원 규모인 국내 대형 마트 시장에서 '빅3 대형 마트'는 최근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3사의 매출 합계는 지난 3년간 매년 1~3%씩 감소했다.


    ◇전문성·다양성·가격으로 급성장… '규제 불공평' 논란도


    4~5년 전만 해도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카테고리 킬러들이 온라인 쇼핑몰의 약진으로 인해 위기를 맞을 것으로 봤다. '온라인으로 주문하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하나 사러 전문점을 가겠냐'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전문점들은 백화점보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제품을 수천~수만 점씩 구비하는 다양성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5000원 이하의 생활용품'을 내세운 다이소나 중저가 화장품이 강점인 올리브영의 판매 전략에 20~40대 여성 고객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 업계에선 "규제가 불공평하다"는 불평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형 마트는 특정 상권에서의 신규 점포 출점 제한이나 의무 격주 휴무 등 규제를 받는 반면, 카테고리 킬러 전문점들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전문점들도 소상공인에게 영향을 미치니 똑같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여론에 따라 현재 올리브영, 롯데하이마트, 다이소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각 분야의 제품 가격과 성능에 대한 지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비교·선택할 수 있는 전문점을 점점 더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특정 분야(카테고리)의 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매업체. 화장품, 생활용품, 완구 등 한 가지 분야에 특화된 전문 매장을 갖추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을 앞세운다. '킬러(killer)'는 '다른 상점을 죽인다'는 의미에서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