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7' 스마트홈 열풍... 주인공은 '인공지능 품은 家電'

    입력 : 2017.09.04 09:34

    누가 얼마나 더 많은 가전제품을 음성으로 제어하느냐가 관심사
    OLED·QLED TV 대결도 후끈… 국내 中企들 청소 로봇 등 시연
    참가 업체 40%가 중국 기업, 베끼기 뛰어넘은 첨단제품 많아


    'IFA 2017' LG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음성인식 로봇과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헬로 빅스비, 냉장고 속에 뭐가 있는지 알려줘." "하이 알렉사, 조리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지난 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17'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스마트홈 기술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보쉬, 지멘스, 파나소닉, 필립스, 밀레 등 주요 참가 업체 부스에서는 어김없이 AI 비서를 불러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시연이 펼쳐졌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스마트홈의 가능성이 제시됐다면, 이번 IFA에서는 실제로 AI를 탑재한 가전들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은 가전제품을 연결하고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IFA 주최 측은 공식 소식지를 통해 "올해 IFA는 AI 가전이 본격적으로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라고 분석했다.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인공지능 가전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비서 빅스비를 통해 집 안 가전제품을 모두 작동하는 기술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갤럭시노트8 스마트폰에 "빅스비, 영화 볼래"라고 말하면 거실 커튼이 내려오고 조명이 어두워진 뒤 TV에서 영화가 재생됐다. "파티 준비 좀 해줘"라고 말하면 로봇 청소기가 집 안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실내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기도 했다. 밀레 등 다른 가전 업체들은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 음성 인식 AI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홈을 구현했다. "알렉사, 드럼세탁기에 빨래가 끝났는지 물어봐 줘"라고 말하면, 알렉사가 "세탁기 작동은 13분 뒤 종료됩니다"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LG전자도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제어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아마존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 알렉사를 탑재한 가전을 전시한 회사가 33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보쉬와 지멘스가 공동개발한 주방 도우미 로봇 '마이키'도 인기를 끌었다. 마이키는 주방 벽에 요리법을 비춰주고, 요리하는 동안 말을 건네거나 음악이나 영상 같은 각종 콘텐츠를 보여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2일 독일 베를린 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17'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 입구에 설치된 가로 50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스크린 '웰컴 투 삼성'을 구경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아래쪽에 있는 동그란 원 모양의 안내 기기에서 사진을 찍으면 스크린에 영상의 일부가 돼 나타난다. /삼성전자


    '전자제품 전시회의 꽃'으로 불리는 TV의 화질 경쟁도 치열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TV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벽지처럼 얇게 붙일 수 있는 TV, 사용하지 않을 때 디지털 액자로 활용할 수 있는 TV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IFA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의 대결 구도도 볼만했다. LG전자를 비롯해 OLED TV를 전시한 업체는 지난해 8곳에서 올해 13곳으로 늘어났다. 소니, 도시바가 처음으로 OLED TV를 공개했고, 오디오 업체 뱅앤드올룹슨(B&O)까지 OLED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중국 TCL, 하이센스 등은 QLED 진영 확대를 위해 애썼다.


    국내 중소기업도 기술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알에프(RF)는 유리창 청소 로봇을 시연했다. 유리창 안과 밖에 자석을 이용해 로봇을 부착시켜 자동으로 움직이며 유리창을 청소하는 제품이다. 조영조 알에프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최근 일본에 392만달러(44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며 "유럽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IFA에서 독립 전시 부스를 꾸렸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전전자, 코맥스, 제이월드텍 등은 한국관을 차려 IoT, AI 스피커, 스마트 방범 장치와 같은 첨단 제품을 선보였다.


    ◇IFA 전시장 장악한 중국 기업들


    중국의 물량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1600여개의 참가 업체 중 약 40%에 해당하는 650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화웨이, 하이얼, 하이센스, 창홍 등 주요 업체들의 전시장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 못지않게 세련되게 꾸며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한국 기업의 아이디어를 그냥 베끼는 데 그치지 않고 좀 더 발전시킨 형태의 제품들을 내놓았다. 하이센스는 세 개의 세탁조가 장착된 세탁기를 선보였고, 하이얼은 다양한 운영체제(OS)를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냉장고를 공개했다. 차세대 첨단 기술을 모아놓은 'IFA넥스트' 전시장도 중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의 독무대였다. 특히 로봇과 드론(무인기)을 선보인 곳이 많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마감이나 디자인에서는 한국 기업들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제품 성능에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