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현상 심각... 10대 그룹 빼면, 마이너스 성장"

    입력 : 2017.09.01 09:01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산자부 간담회서 지적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공감"


    "상장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을 들여다보니 전체적으로 17% 증가했지만, 10대 그룹을 빼면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31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단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착시현상'을 우려했다. 박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도 "전체적인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10대 그룹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의 본모습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착시현상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코스피 상장사 494개사를 대상으로 올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3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조6000억원)보다 17% 증가했다. 그러나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2조8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24% 감소했다.


    10대 그룹 내에서도 윗목과 아랫목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 증가 규모는 6조400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증가와 맞먹었다. 그 뒤를 이어 SK그룹(1조9000억원 증가), LG그룹(1조1000억원 증가) 순이다. 반면 현대차그룹(-1조2000원), 롯데그룹(-1700억원), GS그룹(-600억원)의 영업이익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31일 오전 박용만(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일부 기업과 업종에 수익이 편중돼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박 회장은 "통계 수치상으로는 한국 경제에도 회복세가 엿보이지만 일부 기업과 업종에 수익이 집중된 편중화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수출 증가 추세 역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상당 부분을 이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편중화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경제계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화 해소 노력과 함께 전 산업 부문에 걸쳐 혁신 활동이 늘어나길 기대한다"며 "혁신을 통해 국가 전체의 역량이 강화되면 '지속 성장'과 '격차 해소'의 선순환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 경제 맏형이자 정책파트너로 대한상의가 수시로 업계 의견을 수렴·전달해주는 한편, 정부와 같이 호흡하고 같이 노력해달라"며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민간협력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심각한 경제·산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도 시원찮은데, 지금은 온통 관심이 사회·정치·안보이슈에 쏠려 있다"며 "경제 이슈가 사회 이슈에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