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공채 시즌... 삼성만 채용 대폭 늘린다

    입력 : 2017.08.31 09:34

    [10대 그룹 올해 7만6200명 채용]


    전체 채용 증가분 3900명 중 삼성전자가 3000명 차지…
    현대차 블라인드 채용 도입
    '수주절벽' 조선은 일정 못잡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즌의 막이 올랐다. 본지가 30일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삼성은 그룹 규모가 아니라 삼성전자), 올해 7만6200명 이상을 채용한다. 이는 지난해(7만2300명)보다 5%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전체 채용 증가 인원(3900명)의 대부분은 삼성전자(3000명 증가)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은 채용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몇백 명 수준으로 늘린 것에 불과했다.


    ◇사상 최대 실적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사상 최대 실적과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채용을 늘릴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5년 실적악화를 겪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기 때문에 채용 증가폭이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입사 지원자들이 직무적성검사를 마치고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계열사 첫 자율채용에 나서는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는 6일부터 지원서 접수를 받는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입사지원서를 받을 계획이다. '삼성 고시(考試)'라 불리는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는 그대로 유지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삼성계열사가 10월 22일 한날한시에 GSAT를 치를 계획이다. 이번에 바뀌는 것은 신입사원 지원서 접수, 평가, 합격자 발표 등 전형 일정이 회사마다 달라진다는 것.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9월 초부터 입사지원서를 받아 10월 22일 GSAT,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을 계획이다. 선발 규모도 각 계열사 자율에 맡긴다. 삼성 측은 "앞으로는 GSAT도 각 계열사 특성에 따라 차별화해서 출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면접 방식도 회사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외 삼성 계열사들은 실적에 따라 전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은 채용 제자리걸음


    현대차·LG·롯데그룹 등 상당수 기업은 올해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 실적이 반 토막 나는 등 전반적으로 경영환경이 상당히 악화됐음에도 지난해 채용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SK·GS·한화그룹은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100~200명 증가 정도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이슈 때문에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사실 채용 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일자리 확대'를 1호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 눈치를 보느라, 예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주절벽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 1위 기업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대졸 공채를 아예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사업분할된 회사들의 독자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올 하반기에 그룹 전체적으로 500명의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때 채용 규모가 1000명을 넘기도 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별도 공채 없이 수시 채용 방식으로 뽑고 있다.


    반면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철강업계는 채용 확대에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1000명 안팎으로 뽑던 정규직(고졸·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연간 150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작년보다 12% 늘어난 430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재도약에 나서고 있는 동국제강은 올해 작년보다 3배 증가한 115명의 정규직을 채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달 공공 부문 채용에서 학력, 어학점수 등 이른바 '스펙'은 물론 출신 학교와 지역까지 배제하는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런 방식을 채택한 기업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롯데백화점, 기아자동차 등이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다. 취업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의 안수정 과장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 스펙 위주의 서류 전형보다는 자기소개서나 인·적성 검사, 면접 등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직무 경험과 직무 역량을 에피소드 등을 통해 어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