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간 2종목 거래... 스타트업마켓 유명무실

    입력 : 2017.08.31 09:26

    스타트업 성장 도우려 열었지만 상당수 업체 주식거래 포기
    코스닥·코넥스 상장 때 특혜 기대… 신뢰도 높이는 홍보 수단 전락
    거래 방식 좀더 편리해지고 대형 증권사 참여해야 활성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작년 11월 개장한 한국거래소 스타트업마켓(KSM)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KSM은 스타트업 기업의 주식 거래를 전담하는 장외주식거래 시장이다. 주로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 조달 등을 도와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한국거래소가 개설했다. 그런데 출범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주식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개월 동안 거래된 종목은 단 2개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타트업 기업이 KSM에 등록하려면 크라우딩펀딩(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집)에 성공(목표 금액의 80% 이상 유치)하거나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된다. 등록에 드는 비용은 없다. 작년 11월 문을 연 이후 10개월 동안 KSM에 등록을 한 기업은 모두 64개다. 이 가운데 이날까지 거래가 이뤄진 종목은 모헤닉게라지스, 셈스게임즈 등 단 2종목에 불과하다. 거래된 주식 수는 총 1143주, 거래 대금은 1억6183만5000원 수준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모헤닉게라지스 외에는 단 한 개의 종목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타트업 기업의 주주는 주로 창업한 사람이거나 지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식을 유통시키겠다는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거래량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회사 홍보·특례 상장용으로 이용


    이처럼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하니 KSM에 등록한 상당수 업체는 주식거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이들은 KSM 등록에 따른 특례 상장이나 홍보 등 이른바 '부수입'을 노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명 이상에게서 1억5000만원 이상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KSM 등록 기업에는 코넥스(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에 특례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코넥스로 특례 상장이 이뤄지면 자금 조달이 훨씬 수월해진다. 최근 KSM에 등록한 A업체 관계자는 "KSM에 등록하면 나중에 코스닥이나 코넥스에 상장할 때 편리하다고 해서 등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기업 홍보 수단으로 KSM을 이용한다. 주식거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국거래소 KSM에 등록됐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의 신뢰를 높여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초 KSM에 등록한 B업체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불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거래소가 인정한 업체라고 하면 신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SM 출범 초기에 등록한 C업체 관계자도 "홍보용으로 KSM을 활용할 뿐 주식거래에 대한 기대는 이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등록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주식 매매에 따라 예탁결제원에 내야 하는 증권대행 수수료도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부분 자본금 규모가 작아 연(年) 수십만원에 불과한 점도 '부수입' 목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 수월해지고, 대형 증권사도 KSM 거래 참여해야"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KSM이 활성화되려면 거래 방식이 좀 더 편리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수나 매도 주문을 하면 수량, 단가에 따라 거래가 자동으로 체결된다. 반면 KSM은 주문 후에도 주식을 팔고 사는 거래 당사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채팅해서 다시 주문 수량과 단가를 협상해야 한다. 여기서 서로 제시한 가격과 수량이 맞지 않으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거래소는 "KSM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1대1 매매로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스타트업 업체 관계자는 "개장 초기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편리한 거래 방식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SM 주식이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를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거래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KSM에 투자할 수 있는 계좌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9개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미래에셋대우나 삼성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는 제외돼 있고 중소형 증권사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도 KSM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증권사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설득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 대형 증권사도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