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돌풍에... 은행들도 잇따라 수수료 인하

    입력 : 2017.08.30 09:22

    [한달 만에 신규계좌 300만개… 카카오뱅크의 '메기 효과']


    - 연말까지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우리, 2500~5000원으로 인하… 신한, 앱 이용하면 수수료 면제
    국민도 최근 동남아 국가 송금, 건당 수수료 1000원으로 낮춰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 올리고 연락처 송금 서비스 도입하기도


    출범 한 달 만에 신규 계좌 300만개를 돌파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돌풍이 거세지자 기존 은행들이 서둘러 맞대응에 나섰다. "은행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던 목소리는 작아지고 수수료 인하, 모바일 뱅킹 편의성 확대,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조 속에 미꾸라지들과 함께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미꾸라지들의 생존력이 높아진다는 '메기 효과'가 연상된다는 말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은행들이 수수료와 서비스 문턱을 낮추니 고객들의 혜택이 늘어나게 됐다.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봇물


    해외 송금은 '카뱅 효과'가 단적으로 나타난 분야다. 카뱅이 해외 송금 수수료를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은 "해외 송금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불만에도 꿈쩍 않던 은행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미국·유럽 등 22개국에 미화 5000달러 이하 금액을 송금할 때 수수료로 5000원을, 5000달러 초과시엔 1만원을 받는다. 기존 은행들이 송금 수수료와 별도로 해외 전산망 사용료인 전신료, 해외의 거점 은행에 지급하는 중개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데 비해 카뱅은 일본·태국·필리핀을 제외하면 기타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기존 해외 전산망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을 이용함으로써 수수료 부담을 줄였다.



    워낙 수수료 차이가 크다 보니 기존 은행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연말까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미화 3000달러 이하 금액을 해외로 송금하면 기존에 1만500~1만5500원 수준이었던 송금 수수료를 2500 ~5000원으로 인하해준다. 신한은행은 지난 28일부터 연말까지 자사의 모바일 앱을 이용해 해외에 송금할 경우 금액이 3000달러 이하일 경우 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8000원 정도 하던 전신료도 5000원으로 할인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신료나 중개 수수료는 우리나라 은행이 해외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깎아준 금액만큼 은행이 받는 환전 수수료나 송금 수수료에서 떼어다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동남아 15개 국가에 송금할 때 송금 수수료를 건당 1000원으로 낮추고 중개 수수료도 기존의 절반 수준인 미화 10달러로 낮추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루 만에 송금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카카오뱅크가 주로 미국과 유럽 국가에 값싼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대응해 일종의 틈새를 찾아낸 것이다.


    KEB하나은행도 기존의 휴대폰 간편 해외 송금 서비스 지역에 중국을 추가해 총 16개국으로 대상 지역을 늘리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모바일 강화 추세 속 틈새 서비스 개발 박차


    기존 은행들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카뱅이 모바일 신용 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설정하면서 시중 은행들의 모바일 신용 대출 한도도 기존 5000만~1억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틈새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국민은행은 지난 28일부터 그동안 영업점을 통해서만 개설할 수 있었던 외화 예금통장을 기존 은행들 가운데 최초로 모바일로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환테크 수단으로서 외화예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은행 방문이 번거로워 통장 개설을 미루던 고객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신한은행이 29일부터 시행한 '연락처 송금 서비스'는 모바일 앱을 이용해 전화번호만 알아도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돈을 받는 사람이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좌가 없더라도 휴대폰 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고유 코드번호를 수신하면 이 번호를 갖고 신한은행의 ATM(자동입출금기)을 통해 곧바로 돈을 출금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의 편리성과 거리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ATM의 접근성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