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에 300만 계좌... 금융의 판을 바꿨다

    입력 : 2017.08.28 09:24

    [카카오뱅크 돌풍 한 달]


    친근하면서 편리하고 금리 우위, 캐릭터 체크카드 216만건 신청
    대출 지연되고 절반이 깡통계좌… 銀産분리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5000억 유상증자 전까지 대출 속도 조절 나선 듯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5일 만에 신규계좌 수 100만개, 13일 만에 200만개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인 27일 3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시중은행에서 비대면으로 개설된 신규계좌 수가 약 15만5000개, 지난 4월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문을 연 케이뱅크의 신규계좌 수가 여전히 50만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세다. 이 기간에 카뱅이 시중에서 끌어들인 수신 금액만 1조9580억원, 대출에 나간 돈은 1조409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로 인해 카뱅은 애초 내년 중으로 예상했던 유상증자 시기도 다음 달로 앞당겼다. 반면 일부 먹통 서비스, 은산분리 규제 등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세가 머지않아 수그러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등장하고 있다.


    ◇친근·편리함으로 접근성 높이고, 유리한 금리로 유인


    카뱅이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연상시키는 친근함과 기존 시중은행의 모바일앱을 뛰어넘는 편리한 이용방식의 덕을 봤다는 평가다. 회사원 강모(39)씨는 "기존 은행 모바일 앱 설치는 좀 번거로웠는데, 카카오뱅크 앱에선 계좌 개설이 무척 쉬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해진 캐릭터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카뱅의 강점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캐릭터를 디자인에 활용한 체크카드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젊은 층에선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고 일부러 카뱅에 계좌를 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재 체크카드 신청 건수는 216만 건을 기록 중이다.



    카뱅의 돌풍이 이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금리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카뱅은 애초 지점을 운영하지 않는 데서 오는 비용 절감분 등을 금리 혜택으로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카뱅의 정기예금(1년 기준) 금리는 연 2.0%다. 다른 은행처럼 까다로운 우대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금리를 살펴보면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도 평균 금리가 각각 연 3.60%, 연 3.25%로 업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외 송금에서는 파격적으로 수수료를 내렸다. 기존 은행들은 한 번 송금에 4만~5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받았는데, 카뱅은 해외 송금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인 5000원(5000달러 이하 기준)으로 낮췄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만에 눈 감고 있던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카뱅이 제대로 '메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먹통 서비스·은산분리는 넘어야 할 산


    회사원 이모(31·여)씨는 카뱅 출범 직후 신규계좌를 열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대출한도 조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한 달이 되도록 "신청이 몰려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카뱅은 지난 2일과 8일 공지를 통해 대출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며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먹통 대출에 대한 고객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에 있을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전까지 카뱅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카뱅 관계자는 "대출에 앞서 신용 조회를 하려는 수요가 너무 많이 몰려 원활한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 분리 규제는 카뱅이 기존 은행권에 지속적으로 혁신을 불어넣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지금처럼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가 10%로 제한될 경우 카뱅의 혁신을 주도하는 2대 주주 카카오의 영향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신규 투자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카뱅의 최대 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로 카카오의 지분은 국민은행과 같은 10%에 불과하다. 한 시중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산 분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증자에 나선다 해도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고려할 때 카뱅의 대출 여력은 6조~7조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로는 기존 은행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입출금 통장 중 잔액이 0원인 소위 '깡통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무늬만 고객들을 알짜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각에서는 일부 10대들도 소액 비상금 대출(50만~300만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이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이들의 신용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