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2强 2中' 구도... 올 시장 규모 10조원 넘어설 듯

    입력 : 2017.08.28 09:15

    ['제3의 결제 수단'으로 판 커져… 가입자 올해 4000만명 육박]


    1분기 하루 130만건 넘게 이용, 1년 만에 3배 이상 급성장
    아파트 관리비·세금까지 처리


    네이버페이, 가입자 기준 1위… 오프라인은 삼성페이가 독무대
    카카오페이는 해외 진출 추진, 페이코는 게임 등 사용처 다양


    스마트폰과 비밀번호를 이용해 손쉽게 돈을 지불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가 현금과 신용카드에 이은 '제3의 결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고, 가입자 규모 역시 4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과연 쓸 사람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2년 새 가입자 수와 거래 규모가 크게 늘면서 보편화하고 있다.


    20개 이상 난립했던 서비스도 시장이 성숙하면서 점차 정리되는 단계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등 '2강(强)'을 선두로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PAYCO)'와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등 '2중(中)'이 뒤를 바짝 쫓는 구도가 굳어졌다.


    ◇이용액·건수 1년 만에 3배로


    지난해 1분기 하루 평균 44만200여 건에 불과했던 간편 결제 건수는 올해 1분기 133만3200여 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결제 액수의 증가폭은 더 커서 같은 기간 하루 평균 135억원에서 447억원으로 3.3배 늘었다.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전체 가입자 수가 3200만명을 넘었고, 연간 거래액도 9조원 이상에 달했다"면서 "아직 신용·체크카드의 결제 규모(하루 2조원 이상)엔 못 미치지만, 주요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간편 결제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단말기가 속속 보급되고, 간편 결제 업체 간 마케팅 경쟁도 벌어졌다. 삼성페이는 결제액 할인, 현금 쿠폰 지급, 추가 마일리지 적립, 삼성전자 상품 특가 판매 이벤트 등을 벌였고, 네이버페이와 페이코 등은 첫 결제 시 5000원 할인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간편 결제 업계는 인프라 확대와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만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에 밀려 중소업체들은 사라지고 현재는 대기업 인터넷·유통 업체들이 시장을 할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의 삼성, 온라인의 네이버


    현재 가입자 기준 국내 최대 간편 결제 서비스는 네이버페이다. 6월 말 기준 누적가입자 수가 2400만명, 월 거래액이 5000억원에 이른다. 420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에 힘입어 온라인에서 강세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포털 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웹툰·영화·뮤직·북스) 결제에 이용된다, 또 '네이버 쇼핑' 서비스와 연결된 15만개 이상 중소 유통업체들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결제 수단으로 쓰인다. 네이버는 "네이버 검색의 3분의 1 이상이 쇼핑 관련 키워드"라며 "네이버 쇼핑을 통해 연결된 중소기업 쇼핑몰에서 네이버페이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은 삼성페이의 독무대다. 삼성전자 갤럭시 S6 이후의 모든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고,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이 없는 구식 신용카드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다. 앱 설치와 가입의 과정을 거친 후에도 NFC 단말기가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삼성은 2015년 미국 벤처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얻은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을 삼성페이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NFC와 달라 기존 신용카드와 호환된다. 삼성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1100만명 이상(교통카드, 송금 등 부가서비스 포함)이고, 지난 2년간 누적결제액은 4조원(국내)을 넘어섰다. 업계는 오프라인 간편 결제 3건 중 2건 이상을 삼성페이로 보고 있다. 미국·중국·스페인·영국·호주·러시아·태국·대만 등 해외 18개국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들 '2강'을 카카오페이와 페이코가 뒤쫓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 간편 결제 서비스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연결되므로 카카오톡 회원은 누구나 쉽게 가입해 쓸 수 있다. 누적 가입자는 1670만명, 누적 거래액은 2조2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2월 중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Alipay)'의 투자를 받으면서 국내는 물론 알리페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페이코는 누적 가입자 670만명, 결제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에 비해 사용처가 다양하다. 한게임·네오위즈·엔씨소프트 등 주요 온라인 게임 업체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와 자동판매기, 민원서류 발급기 등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세금까지 낸다


    올해 1분기 기준 간편 결제의 건당 평균 결제액은 3만2722원이다. 신용카드 4만5000원의 70% 수준이다. 소액·거액을 가리지 않고 온갖 거래에 폭넓게 이용되는 신용카드와 달리, 간편 결제는 아직 온라인 쇼핑이나 카페·식당·영화관 등 결제액이 크지 않은 업종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결제 한도도 하루 50만원, 월 300만~500만원 정도다. 간편 결제의 주 고객이 모바일 인터넷에 익숙한 20~30대인 것도 관련이 크다.


    하지만 최근 간편 결제의 사용처가 많이 늘어나면서 이런 상황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수도요금 같은 각종 공과금은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비, 지방세와 국세 등도 간편 결제로 낼 수 있게 됐다. 바코드나 QR코드를 이용한 간편 결제 방법이 확산되고, 제휴 금융사도 전 은행권과 신용카드 업체로 확대되면서다. 이로 인해 특정 업종과 연령층에 집중됐던 간편 결제 시장 규모가 올해 10조원을 넘어서리란 전망도 나온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공학)는 "중국은 간편 결제가 노점상까지 파고들 만큼 확산됐다"면서 "한국도 머지않아 간편 결제가 신용카드와 현금에 버금가는 주류 결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