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긴 매장... 통신시장, 빙하기 돌입

    입력 : 2017.08.25 10:04

    내달 15일부터 신규 고객 대상… 할인율 상향에 구매·가입 급감
    통신 3사, 장려금 30%만 줄여도 2만여 판매점 절반이 존폐 기로… 단말기 자급제 도입 땐 문닫을 판
    통신사 주가도 이달 7~12% 하락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휴대폰 판매점. 16㎡(약 5평) 규모 매장에는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을 뿐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판매점주 한모(62)씨는 "여름 휴가철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장을 찾는 손님 발길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보통 한 달에 계약 40~50건을 했지만 이번 달엔 절반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의 휴대폰 매장에서 한 직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15일부터 휴대폰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린다는 정부 발표 이후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면서 통신 시장이 얼어붙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다음 달 15일부터 이동통신 가입 고객들에게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린다는 정부 방침 발표 이후 통신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상향 조정된 할인율을 적용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구매나 이동통신 가입을 미루면서 벌어진 일이다.


    ◇얼어붙은 유통 시장


    지난 18일 정부의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발표 이후 통신 3사 번호 이동 건수는 급격히 떨어졌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18~23일 번호 이동은 하루 평균 1만3447건이었다. 직전인 17일까지 하루 평균 1만5236건의 번호 이동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1789건 감소한 것이다. 23일엔 1만2896건으로 광복절 연휴를 제외하고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하루 번호 이동이 1000건 이상 감소하면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선 휴대폰 판매·대리점주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인하로 매출 감소를 겪는 통신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위 업체 SK텔레콤은 정부 통신요금 인하에 따른 손실 감소를 메우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 자급제도는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이 아니라 일반 가전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직접 구입해 고객이 원하는 통신사에 가입하는 제도다.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되면 통신 업체가 일선 판매·대리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이 사실상 사라진다. 통신 대리점으로서는 핵심 수익원이 없어지는 것. 휴대폰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기정 팀장은 "통신 3사가 판매점에 주는 마케팅비를 10%만 줄여도 연간 7600억원이 유통 시장에서 사라진다"면서 "통신 3사가 주는 판매 장려금이 30%만 줄어도 전국 2만여 개 유통 판매점 중 절반이 존폐 위기에 놓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통신 업체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통신 3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단말기 자급제까지 시행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 3사 주가 일제히 하락


    이달 들어 저소득층 요금할인 1만1000원 추가 할인,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보편 요금제 입법예고 등 통신비 인하 발표가 이어지면서 통신 3사 주가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2일 28만3500원을 기록했던 SK텔레콤 주가는 24일 26만3500원으로 7% 넘게 하락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0%, 12%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평균 21% 상승했던 통신 업종의 주가 상승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기대주로 관심을 받던 통신주가 요금 인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것만으로 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보다 1115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감소 폭은 내년에는 4059억원, 2019년에는 5696억원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3일 "선택약정 할인으로 전체 통신 업계 매출이 3~4%까지 감소해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신 업체들로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앞으로 보편요금제 도입 등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 외에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 계속 통신사를 압박하는 이슈들이 나오기 때문에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이치뱅크(DB)는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할인 추가 지원만 분석해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정부안 대로 진행할 경우 연간 9~1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