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사상 최대... 외국인 9兆 받아갔다

    입력 : 2017.08.22 09:21

    상반기 외국인 배당, 전체의 41%… 송금액 커 경상수지 발목 잡기도
    정부, 배당 장려책 폐지 계획… 앞으로도 증가할지는 미지수


    지난 4월 한국 경제의 월(月) 성적표 격인 경상(經常)수지가 전달 대비 32%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입, 임금·이자·배당, 여행·서비스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수출 호조로 흑자는 유지했지만, 외국인 배당금이 발목을 잡았다. 매년 4월은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이 지급되는데,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주식 배당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53억달러)로 늘어나면서 흑자 폭이 축소됐다. 외국인들이 타가는 배당금 규모가 우리나라 경상수지 결과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진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株主)들이 올 상반기에 배당금으로만 9조원 가까이 번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12월 결산법인 1032곳이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사상 최대치인 8조7923억원에 달했다. 2012년(4조662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외국인 주주들의 몫은 전체 배당금의 41%로, 작년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31.2%)보다도 컸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 인심이 후한 주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통신 3사 주식들은 모두 외국인 지분이 40% 이상으로, 투자 한도(49%)에 가깝게 지분을 늘린 상태다.


    ◇"외국인, 배당만으로 이미 본전 뽑아"


    올해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 잔치는 외국인들이 보유 주식을 늘리기도 했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배당금을 크게 높인 영향도 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약 150조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배당금 규모도 계속 늘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는 배당금 총액이 2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가 외국인에게 가장 많은 배당금(2조3906억원)을 지급했고, S-Oil, 신한금융지주, 현대차, 한국전력, KB금융 등이 뒤를 이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커지는 데다 외국인들의 주주 환원 요구도 증가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가져가는 배당금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배당만 갖고서도 투자 원금을 회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지난 1992년 한국이 주식시장을 개방한 이후 지난 7월 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77조원에 달한다"면서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은 배당으로만 76조원 넘게 받아가 본전은 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으로 배당 확대 유인 약해져


    올해 외국인 주주들이 받아간 배당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늘긴 했지만, 향후 배당금 증가 속도엔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각종 배당 장려책을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일 2014년 말에 3년 시한으로 도입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고배당하면 배당소득세율 인하)는 폐지하고, 기업소득 환류 세제(기업이 현금 쌓아두면 추가 세금 부과)는 '투자·상생협력촉진 세제'로 바꾸면서 배당을 법인세 공제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두 가지 세제 혜택은 지난 3년간 코스피 상장 기업의 현금 배당 규모를 11조원대에서 20조원대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어 배당을 촉진하면 가계소득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그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정부는 결국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과세 정상화를 목적으로 이전 정부의 배당 장려책을 없앨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상장사는 배당을 확대하거나 배당 수익률을 관리할 동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세금 혜택이 사라져 고배당주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