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현 정진회계법인 대표 "회계사의 인성이 기업을 성장시킨다"

  • Interview 유승용 Editor 이민희

    입력 : 2017.08.21 18:34

    전이현 대표를 처음 만난 곳은 187회 카네기클럽 조찬포럼에서였다. 기자는 전 대표의 옆자리에 우연히 앉게 됐다. 그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를 건네며 기자와 소통을 했다. 이런 대표와 함께하는 회계사들은 어떨까 궁금했다. 비가 오는 날 정진회계법인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비도 오고 더운데 와줘서 고맙습니다"라는 흔한 한 마디는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진행된 인터뷰 분위기를 시원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전이현 정진회계법인 대표


    "모든 회계사에게 강조되는 점은 결국 정직과 신뢰에요. '정진(正進)'이라는 기업이름은 저의 경영이념이에요. '바르게 나가자'는 의미가 저에게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거든요."


    전이현 대표는 자신이 회계사를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회계사라는 직업이 앞으로도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할 수 있는 미래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2005년에 설립된 정진회계법인은 160여명의 전문적인 핵심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의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흐름을 분석해 기업M&A 사업부문에도 초점을 맞춘 결과 회계법인 순위 톱(top)20 안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했다.


    "일반적인 회계업무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기본으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M&A는 다르죠. 기업과 회계법인 간의 신뢰가 필요하거든요. 신뢰를 주기 위해 장기적으로 3년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저 스스로도 수수료와 이익만 챙기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습니다. 제가 신뢰를 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저희 법인이 주는 신뢰라고 생각하거든요."



    회계사! 결국, 바른 인성


    기자는 개인적으로 회계사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다. 회계사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딱딱한 슈트에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계산기를 들고 다닐 것만 같았다. 부드러운 인성과는 거리가 멀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걸 알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 대표는 오히려 먼저 정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의 인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실력과 스펙도 중요하지만 인성을 기본으로 본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대표라고 생각한다기보다 동료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연히 회계사들에게는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그 지식을 활용해 회계사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느냐의 척도는 올바른 '인성'을 갖췄느냐 라고 생각해요. 회계사들부터 인성을 쌓아야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않겠어요? 그리고 우리 법인에 속해있는 회계사들과 저는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먼저 대표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들을 대하니 내부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더라고요(웃음)."


    전 대표는 주로 업계에서 능력은 물론이고 인성을 모두 지닌 회계사를 영입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들의 제대로 된 회계처리로 인해 기업에 정당한 세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회계가 투명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세무조정이나 그 기업의 투명한 성장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사들의 인성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전 대표는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문제가 지금까지도 생기고 있어요. 회계사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만 맹신하면 분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력, 중요하죠. 다만 실력만 본다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해요. 인성도 실력이 아닐까요? 인성은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원래 실력으로 나타나거든요. 때문에 인성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전 대표는 기업 오너들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회계법인의 특성상 다양한 기업을 분석하면서 자연스레 오너들의 리더십을 보게 되었다고. 전 대표는 오너가 부실하거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고객으로 유치하지 않는다. 다른 거래처나 투자자에게도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법인의 존폐와 사회적인 문제가 달렸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을 해줘야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은 오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언급했다.


    "모든 기업이 똑같겠지만 중소기업은 오너가 적극적인 마인드라면 꾸준히 성장하는 것 같아요. 건전한 회사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세무에 대한 체크를 문의하기도 해요. 그런 회사들은 계속해서 발전해요. 기업 경영에서 회계·세무는 매우 중요하거든요. 두 가지를 모두 투명하게 하는 기업이 결국 살아남는 것 같아요."



    투명한 회계만이 살길


    전이현 대표는 회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거 회계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회계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시스템들이 부실했다.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존재했다. 회사와 회계법인과의 관계는 갑과 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회계와 감사가 왜곡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이 부분은 경제적으로 봤을 때 불합리했어요. 회계가 조작된다면 투자자도 손해를 보고 경제적인 자본이익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제대로 된 회계감사가 이뤄지지 않으니까요. 기업은 오너에게 편한 제도를 만들다보니 회계사들이 가늠을 할 수가 없어요. 이렇다보니 부수적으로 생기는 문제들이 많아요."


    전 대표는 투명한 회계를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회계법인의 권위를 지킬 뿐 아니라 회계사로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제대로 된 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회계처리가 투명해지면 신뢰성이 제고되고 투자유지가 가능해요. 중소기업 대부분 감사를 잘 받지 않아요. 실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계가 엉망이에요. 하지만 회계사들은 수익이 있어야 하기에 기업의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정부에 회계제도에 대해 개선해달라고 요청을 했죠."


    전 대표는 반면에 현재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회계검열문제에 대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세무감사와 회계심사는 법률적으로 강화됐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기업이 투명경영을 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전 대표는 언급했다.


    "요즘 웬만한 기업들은 회계감사를 거부하지 않아요. 법률이 강화된 효과일 수도 있지만 기업 오너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대로 감사 받지 않으면 재무제표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법적소송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회계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기업들이 다수 있어서 우려가 됩니다."


    재무제표는 은행에서 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와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를 할 때 근거로 보는 자료다. 기업 평가를 할 때 주로 이 재무제표를 보는데, 이것은 주로 기업의 과거에 대한 평가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서 시장 반응이 좋은 신제품을 개발해도 은행은 과거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확인한다. 전 대표는 이런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미래의 전망을 보고 투자를 하고 대출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은 이런 시스템이 잘 되어있거든요. 만약 은행에서 어떤 이유로 거부한다면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업체들과 협력을 할 수 있어요. 이런 시스템이 되려면 회계가 바로 서야 해요.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로(路) 걷다


    전이현 대표는 그가 기업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그에게는 감사를 10년 이상 꾸준히 해온 기업이 있었다. 그 기업은 5~60억의 매출로 나날이 성장했지만 내부적인 문제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그는 그 기업대표에게 M&A를 권유했다. 하지만 기업대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다른 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그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기업 대표들과 회계사들은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오너가 회계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거든요. 우리는 세무적인 계약에 문제가 되는 내용을 빠르게 알 수 있어요."


    전 대표는 회계법인을 운영하면서 경제에 대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 가지 업종들의 문제점과 경제적 강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과거에 한 저축은행의 대표에게 기업을 팔라고 권했었다. 그때 당시 건설업체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추세였고, 저축은행들이 부실 건설업체의 증가로 대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모 저축은행은 계열사 중에서도 알짜배기 회사였어요. 그런데 제가 뜬금없이 팔라고 하니 의문점을 제기했었죠. 그 대표는 결국 제 말을 믿지 않았고 3년 뒤 엄청난 손실을 봤어요."


    전 대표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기에 그런 일이 생겼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서로의 신뢰로 인해 계약한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정진회계법인의 감사업체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대부분 그의 고객은 투명한 회계원칙을 지키는 안정적인 기업들이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회계감사를 합니다. 원칙적으로 하는 것이 곧 신뢰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그 기업의 니즈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전 대표는 회계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 회계사들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죠. 하지만 회계사 업계가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전문성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증권회사, 자산회사, 정부기관에도 갈 수 있어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후 길을 찾길 바랍니다. 선입관을 갖지 말고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파악하세요."


    전 대표는 정진회계법인이 앞으로도 회계 투명성을 지키면서 신뢰를 받는 회계법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조용하고도 부드러운 그의 말투에 저절로 신뢰가 간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