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처럼... 1인 1드론 시대 열린다"

    입력 : 2017.08.10 09:22

    [중국 선전市 DJI 본사 가보니]


    창고 창업 10년만에 매출 15억달러… 세계 드론 시장의 70% 장악
    "더는 사진 찍는 장난감 아니다" 건설·농업·구조 등 영역 확대
    직원 8000명 평균 나이 27세… 세계 곳곳에 R&D센터 세우고 젊은 엔지니어 속속 끌어모아


    지난 7일 오후 2시 중국 선전(深圳)시내에 있는 스카이워스빌딩 14층. 회의실마다 청바지에 반팔 차림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영어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 시내 스카이라인이 펼쳐졌고, 벽엔 '大志無疆(다즈우장·큰 뜻에는 장벽이 없다)'이라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한 남성은 드론(무인항공기)을 들고 있었다. 이곳은 세계 1위 드론 회사 DJI 본사다.


    이곳을 포함해 전 세계 16개 지사 DJI 직원 8000여명의 평균 나이는 27세.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다. 2006년 선전의 한 잡지사 창고에서 왕타오(汪滔·37) 등 20대 젊은이 4명이 설립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매출 15억달러(1조7000억원·포브스 추정)를 달성했다. DJI는 세계 민간 드론 시장(군사용 제외)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제 더 이상 드론은 사진 촬영용 장난감이 아니다


    DJI는 최근 "하드웨어만 만드는 회사에 그치지 않겠다"며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폴 슈(36) 부사장은 "드론을 산업 현장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자율비행이나 건설, 농업 분야 등 다양한 산업용 드론에 장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확산시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장악했듯이, 다양한 드론에 장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드론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중국 선전에 있는 DJI의 1호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 이들이 드론 비행을 체험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7일에도 드론을 사거나 구경하려고 방문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DJI


    DJI는 실제로 건설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GS 프로', 인명구조용 드론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거나 자사 드론의 하드웨어 규격을 무료로 공개하는 식으로 세(勢)를 확신시키고 있다. 예컨대 GS 프로가 장착된 드론은 건설 현장을 비행하면서 작업 현장에 대한 측량과 진행 상황을 체크해 실시간으로 현장 작업자에게 전달하고, 인명구조용 드론은 해안가를 비행하면서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해 구조대에 알려주는 식이다. 인명구조용 드론은 지난 4월 호주의 한 해안 지역에 배치된 뒤 인명 구조 시간을 5분의 1로 단축했다. 폴 슈 부사장은 "이제까지 드론이 하늘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즐거움을 줬다면 앞으론 드론이 수많은 산업 영역에서 인간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드론 활용법을 연구하기 위해 DJI는 지금도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DJI는 '1인 1드론'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DJI는 드론이 스마트폰처럼 '생활의 필수품'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난 5월 출시한 소형 드론 '스파크'는 스마트폰보다 가벼운 300g 무게에 사용자의 얼굴과 손짓을 인식해 움직인다. 이 드론은 개인용 내비게이션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공중에 띄워두고 드론이 스스로 비행을 하면서 교통 체증 등을 파악해 실시간 지름길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혁신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은 아웃


    본사에서 만난 DJI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자신이 참가한 R&D(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일했다. 엔지니어 사이에선 티셔츠 수집 경쟁이 벌어지고, 희귀한 티셔츠를 가진 엔지니어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DJI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에게 이 티셔츠는 자신이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일원이었다는 훈장"이라며 "티셔츠 수집을 위해 새로운 연구팀에 자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산둥(山東)과학기술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DJI에 입사한 엔지니어 루오 지(23)는 "모두가 내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제 연구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DJI는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 등 중국 밖 세계 곳곳에 R&D센터를 세우고 그 나라의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2015년 문을 연 도쿄 R&D센터는 캐논·니콘 등 일본 주요 카메라 기업의 엔지니어를 100명 넘게 끌어모았고 지난해 12월 30배 확대가 가능한 자체 렌즈를 개발해 드론에 탑재했다. 폴 슈 부사장은 "DJI는 국적, 연령, 학벌 등 '혁신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새로운 것,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이 DJI의 DNA"라고 했다. DJI의 중국 이름 大疆創新(다장촹신)의 의미는 '장벽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