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석의 퓨쳐시티 - 4] 아르스: 예술X기술

  • 하태석 건축가/스케일(SCALe) 대표

    입력 : 2017.07.28 11:19

    하태석 건축가/스케일(SCALe) 대표

    예술(art)을 의미하는 아르스(ars)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에서 유래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닉(technique) 또한 같은 단어인 테크네(techne)에서 유래하였다. 예술(art)과 기술(technique)의 출생이 같은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시대에도 예술과 기술은 하나였다. 다빈치가 예술가이며 기술자인 것이 여러분야에 통달한 천재라고 보는것은 현대의 기준일 뿐이다. 왜냐하면 다빈치는 초학제적인 사람으로 굳이 표현하자면 '예술기술가'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예술과 기술은 너무 멀리 자기의 길을 걸으며 서로 다른 언어를 개발하고 구사하고 있다. 분야간의 협업이 어려운 건 이제는 각 분야들이 서로 다른 방식의 언어를 구사하며 대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위해서는 우리는 소통의 방법을 찾아야한다. 단지 그들을 만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예술가가 기술자의 언어를 배우고 기술자는 예술가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시작일 수 있다. 만약 예술가와 기술자가 유사한 방법론과 도구를 사용한다면 협업은 한층 수월할것이다. 미디어아티스트들은 좀 더 기술자들의 방법론과 도구를 잘 이해하며 그것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과학과 기술에 기초하는 예술들을 창조한다. 이들은 표현의 도구로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을 만들어내는 방법 또한 과학적인 논리와 이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의 대표적인 예는 컴퓨터 생성예술이다. 생성예술은 컴퓨터의 연산을 이용하여 예술을 생성하는 방법이다. 놀라운것은 생성예술이 기반하는 과학기술적이고 논리적이며 동시에 이성적인 방법론들이 감성적이며 감수성을 자극시키는 예술적 감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 예술적 감흥을 과학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창발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창발성은 복잡계 이론의 핵심적인 컨셉으로 부분들이 단순한 규칙에 의해 복잡성을 만들어 낼때 전체가 부분들이 갖지 못한 새로취득한 속성을 말한다. 생성예술에서 창발성은 예술적 감성일 것이다. 이는 통상 이분법적으로 이해되는 이성과 감성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예술과 기술이 만나야하는 이유에서 창발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곧 이는 두개의 분야가 개별적으로는 도달 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융합의 방법으로는 다학제적, 상호학제적, 초학제적 방법이 있다. 다학제적 방법은 '연구대상'이나 '문제'에 대해 개별 학문별로 대안책이나 문제점, 혹은 연구방법을 늘어놓는 것이다. 개별 학문간에 상호작용이나 비교 등은 기대하지 않으며, 단지 대상에 대한 지식을 전체적으로 총괄해 모아놓는 데 중점을 둔다. 상호학제적 방법에서는 두 분야 사이에서 일어나는 논쟁이나 합의 등을 통해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비교 등의 방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 상호작용과 토론이 일어나는 만큼, 둘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진다. 초학제적 방법은 기존 분야가 자기 영역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창발해내는 것을 말한다. 이 세가지 방법은 점진적이며 융합의 정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곧 다학제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상호학제적이고 궁극적으로 초학제적으로 진화되어 나가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사회의 융합적 접근방법은 아직은 다학제적에 머물며 상호학제적 접근을 막 시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학제와 상호학제를 넘어 초학제가 되었을때 우리는 예술과 기술이 진정으로 융합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모든 문제들은 사실 매우 복잡하며 하나의 전문분야가 풀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 몸이 아플때 하나의 분야에서만 문제를 풀려는 시도는 부작용 등 새로운 다른 문제들을 야기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제들은 복합적이며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신체의 문제 이거나 사회문제 그리고 도시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들은 모두 융합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으며 예술적 창의와 감성과 과학기술적 논리와 이성이 합쳐진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 기술로 촉발된 4차산업혁명의 도시는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갖고있다. 이것이 기술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이제 예술과 기술의 초학제적 융합으로 우리에게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하태석이 기획하고 총감독한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한 도시재생 페스티발로 2013년부터 2년간 건축가, 과학자, 예술가들과 함께 제주도 김녕마을에서 초학제적 융합을 시도하였다. (사진: 팡도라네, 국형걸+박주용+전병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