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3國 전쟁서... 한국기업, 中·日보다 더 불리해진다

    입력 : 2017.07.24 09:15

    [超대기업 법인세 25%로 올리면 '투자 재원 잠식']


    - 中, 첨단 업종 법인세 15%로 ↓
    "반도체 한국 타도… 100조 투자"
    한국 기업은 세금 더 내게 돼 부담


    - 뒤처지는 한국 '1조 클럽'
    중국은 신생 기업들 파죽지세
    일본은 소니·도요타 등 '올드기업' 구조조정 끝내고 다시 약진 중
    한국은 신생 없고 '강자' 쇠퇴 중


    정부가 추진할 초(超)대기업 추가 과세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많이 낸 톱 10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SK, 기아차 등 6곳은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일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수출 제조 기업들이다. 대기업 법인세 최고 세율이 22%에서 25%로 높아지면 중국과 같아지고, 한·일 간 법인세율은 역전된다(일본은 세율 23.2%).


    韓·中·日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 공상은행, 도요타 -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회복되면서 한·중·일 3국 대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중국 베이징의 공상은행 본사, 일본 도요타시의 도요타자동차 본사. /김연정 객원기자, 블룸버그


    세금 부담이 커진 만큼 투자 재원이 잠식되면 한국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 덕에 누리던 대중, 대일 '비교 우위'가 훼손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중국의 경우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 기업에 대해선 특별 법인세율 15%를 적용하며, 투자 재원 확보를 돕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타도'를 외치며 향후 100조원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한·중·일의 영업이익 1조원 이상 기업, 즉 '1조 클럽'의 동향을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1조 클럽, 韓 35개 〈 日 117개 〈 中 120개


    23일 본지와 대신경제연구소 공동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영업이익 기준 1조 클럽 기업은 중국이 120개, 일본은 117개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35개에 그친다. 1조 클럽 가입 기업이 늘어나는 속도도 한국이 가장 느리다. 2011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9개, 일본은 29개 늘었다. 중국은 무려 49개나 늘어나 일본을 추월했다.


    '수퍼 우량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 3조원 이상 기업은 우리나라는 7개에 그친다. 중국은 39개, 일본은 33개에 달한다. 5년 전에는 우리나라 7개, 중국 21개, 일본 29개였다. 우리나라가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일본은 4개가 늘었고, 중국은 18개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이 25%로 인상되면 35개 1조 클럽 기업들이 더 내게 될 세금은 3조원 가량 될 것으로 한국거래소 등은 추산한다. 한 해 이익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추가 세금 부담이 투자를 제약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머지 '1조 클럽' 멤버 기업들은 몇백, 몇천억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조 클럽' 이익 3분의 1, 삼성전자 몫


    1조 클럽 내에서 상위 기업 비중이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는 점도 문제다. 1조 클럽 내 상위 3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영업이익 기준)이 우리나라는 50%, 중국은 30%, 일본은 20%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가 1조 클럽에서 차지하는 비중(영업이익 기준)이 무려 28%에 달한다. 중국 1위 기업인 공상은행(10%), 일본 1위 도요타자동차(6%)에 비해 1위 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1조 클럽 가운데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는 IT 기업 수도 우리나라(5개)가 일본(15개), 중국(6개)보다 적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일본은 소니 등 전통 강자가 부활하고, 화낙·도쿄일렉트론 같은 신흥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중이다.


    ◇한·중·일 '1조 클럽' 격차 더 벌어질 듯


    미래의 1조 클럽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 8000억~1조원 기업들의 규모도 우리나라가 큰 열세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7개, 중국은 23개, 일본은 19개로 집계됐다.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1조 클럽'의 혁신성도 우리나라가 뒤지고 있다. 일본은 1조 클럽 기업 6개 가운데 하나가 100년 이상 된 기업이며, 구조 조정과 혁신으로 1조 클럽에 재진입한 기업이 많다. 소니, 파나소닉 등이 대표적인 예다. 소니는 2011년에 700억원 적자를 냈지만, 대대적 구조 조정으로 핵심 분야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5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다. 후지필름은 주력이었던 아날로그 필름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필름 제작 기술을 활용한 제약 산업 진출 등 신사업 개척으로 재기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젊은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침체했던 오래된 기업들의 혁신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새 정부가 국가대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는 소홀하다"면서 "증세 없는 복지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기업의 성장 없는 복지 유지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