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넘어 파운드리... 반도체 3사의 질주

    입력 : 2017.07.19 09:26

    [연평균 성장률 7.8% … D램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2위' 목표… 텍사스 공장에 15억달러 투자
    SK하이닉스, 전문 자회사 출범… 범용 제품부터 차근차근 공략
    아날로그 반도체에 주력… 동부하이텍도 추가 투자 검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서 파운드리(foundry·위탁 생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파운드리 전문 자(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출범시키고 제조·설계·경영지원·영업·인사 등 10개 분야에서 신입·경력직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에 2020년까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 파운드리 분야 세계 2위를 목표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전문 업체인 동부하이텍도 최근 실적 호황에 힘입어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연평균 7.8% 고속 성장


    파운드리 반도체는 영국의 ARM, 미국 퀄컴 같은 설계 전문회사가 주문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기존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AP(Application Processor·응용프로세서) 수요가 급증한 데다 AI(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형태·기능의 반도체 수요가 새로 창출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18일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69억달러(약 64조원)에서 2021년 831억달러(약 94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 기간에 연평균 성장률이 7.8%로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D램(7.3%)이나 낸드플래시(7%)보다 앞선다.


    파운드리 전문 회사인 동부하이텍의 경기 부천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생산직원이 웨이퍼를 카트로 옮기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은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동부하이텍


    메모리 제품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존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의 원료인 둥근 원판) 공정 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주력인 12인치(300㎜) 웨이퍼는 8인치 대비 2.25배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8인치는 한 번에 많은 제품을 찍어 단가를 낮춰야 하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쓰기는 어렵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인 파운드리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고, 공정 기술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메모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메모리 1, 2위인 국내 기업들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 뚜렷한 3사 전략


    삼성전자·SK하이닉스·동부하이텍 등 3사의 시장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갈린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답게 파운드리 전체 시장을 공략한다. 스마트폰용 AP,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자동차용 센서 같은 소량 주문 제품까지 파운드리 분야의 모든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경기 화성에 있는 S3 공장 증설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4분기부터 10나노(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2000년대 중반 미국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동부하이텍은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켜는 전력관리칩(PMIC), 홍채·지문 인식 센서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빛, 소리, 온도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4~5개이지만, 아날로그 반도체는 15개나 된다"며 "웨어러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시장까지 커지면서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4년 매그나칩반도체 매각 후 10여 년 만에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서는 SK하이닉스는 범용 제품부터 차근차근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과거 카메라의 필름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CIS(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용 반도체가 주력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메모리 사업을 기성복 제조라고 한다면 파운드리는 맞춤 양복과 같다"며 "옷을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주문자가 원하는 조건을 잘 반영하는 협업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운드리(foundry·위탁 생산)


    영국의 ARM, 미국 퀄컴 같은 설계 전문회사가 주문한 반도체를 전문 생산하는 것.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이다. 모바일·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