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한류팬 공략" SKT·SM엔터 손잡다

    입력 : 2017.07.18 09:01

    [계열사 아이리버·SM C&C에 서로 지분 투자… 2대 주주로]


    정보통신기술·한류 콘텐츠 결합, 새로운 상품·서비스 내놓기로
    아이돌 멤버 목소리로 대화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등 개발 계획
    SM C&C, 플래닛 광고 넘겨받아 VR·AR기술 결합한 광고 개발


    통신 기업 SK텔레콤과 국내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해외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SM의 콘텐츠 부문 계열사인 SM컬처앤콘텐츠(SM C&C)에 650억원을 투자하고, SM 측은 SK텔레콤의 음향 기기 제조사 아이리버에 400억원을 투자한다. 각각 상대방의 자회사 2대 주주 자격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화학적 결합을 하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과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류·아이돌 날개 달고 해외시장 진출


    SK텔레콤은 통신을 기반으로 한 IT(정보기술) 분야에 기술과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다. SM은 한류 콘텐츠와 아이돌 스타들을 내세워 전 세계 1000만명의 팬(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잇다. 두 회사는 양사의 장점을 결합해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SK텔레콤박정호(왼쪽) SK텔레콤 사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양사 자회사인 아이리버와 SM C&C의 서로 2대 주주가 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악수하고 있다. /SK텔레콤


    고음질 음향 기기 '아스텔앤컨(Astell &Kern)'을 생산하는 아이리버는 전 세계 한류 팬을 대상으로 SM 소속 아이돌 스타의 로고가 박힌 제품을 팔거나 아이돌 멤버 목소리로 대화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어폰과 헤드셋 등에도 아이돌 로고가 새겨진 특화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또 SK텔레콤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oksusu)'를 통해 서울에 있는 한국 스타들의 VR(가상현실) 동영상을 만들어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리버가 과거 음향 기기를 만드는 제조 회사였다면 앞으로는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새로운 기기 개발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는 이번 제휴에 따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로부터 광고 사업 부문을 넘겨받았다. SK플래닛의 광고 부문은 SK그룹의 TV 광고를 포함해 연간 4500억원의 광고 대행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SM C&C는 SM그룹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와 VR·AR(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SK에서 넘겨받은 광고 대행 물량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광고 콘텐츠의 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콘텐츠 제휴로 활로 찾아


    통신 업체와 콘텐츠 기업 간의 제휴는 2000년대 중반쯤부터 상당히 활성화됐다. 기존 통신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통신 업체들이 음악·동영상 등 콘텐츠 분야도 영역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콘텐츠 사업 노하우가 부족했던 통신 업체들은 콘텐츠 업체를 인수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05년 연예 기획사 iHQ, 방송 채널 업체 CU미디어 등 콘텐츠 업체를 인수했다가 적자에 허덕이며 2010년에 모두 매각했다. KT도 같은 시기에 영화 제작사 싸이더스FNH, 드라마 제작사 올리브나인을 샀다가 철수하는 쓴맛을 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방적인 경영권 인수가 아닌 상호 지분 투자와 전략적 제휴로 바뀌고 있다. 즉 상대방의 경영권은 인정하는 상황에서 양사 제휴의 시너지(상승)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엔터테인먼트 기업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실시간 개인 방송 '브이 라이브'에 YG의 인기 연예인을 등장시키며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M의 콘텐츠 능력을 100%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