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상업용 드론... 날개 묶는 낡은 규제

    입력 : 2017.07.17 09:32

    구조·운송·건설·측량 등 활용
    올해 상업용 드론 시장 37억달러… 中 업체가 민간 시장 70% 차지


    한국은 테스트 지역 7곳 불과… 분야별로 규제 기관도 제각각


    14일 오전 인천 왕산 해수욕장에서 가로 77㎝·세로 77㎝·높이 80㎝ 크기의 검은색 드론이 해수면 25m 높이로 연안 바다를 비행했다. 30배 줌 카메라를 영상 중계 장비로 장착한 정찰 드론이다.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남성을 발견하자마자 관제 센터에 영상을 중계하며 사고 발생을 알렸다. 곧바로 해안가에서 3㎏짜리 구명튜브 3개를 실은 구조용 드론이 출동했다. "곧 구조대가 올 예정입니다." 드론은 스피커로 안내하며 구조자 바로 옆으로 튜브를 하나씩 떨어뜨렸다. 이 남성은 이후 출동한 119 해양 구조대에 무사히 구조됐다. 얼마 뒤 바닷가 뒷산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정찰 드론이 날아가 불이 난 장소를 파악한 후 소방대원의 스마트폰에 위성 좌표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이날 SK텔레콤은 자사의 초소형 영상 생중계 장비와 드론 전문업체 숨비의 드론을 결합한 '영상재난구조 시스템(DMS)'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무게 140g의 초소형 영상 생중계 장비를 드론에 장착했다. 이 장비로 드론이 촬영하는 고화질 영상을 LTE(4세대 이동통신)망을 통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드론 영상 전송은 무선 주파수를 이용했기 때문에 드론 조종 거리가 3㎞가 넘게 되면 영상 중계가 어려웠다. 오인선 숨비 대표는 "5t트럭 관제 센터에 근무하는 관제사·조종사 4명이 모든 작업을 전담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어선 조업·해양 사고 예방 영역에서 드론을 이용할 예정이다.


    ◇드론 시대 준비하는 기업들


    SK텔레콤뿐 아니라 택배 기업들도 드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작년부터 동국대 산학협력사업단, 드론업체 유비드론과 손잡고 경기 군포시 복합물류센터에서 드론을 실험하고 있다. 사람의 조종 없이 센터 곳곳을 스스로 비행하면서 카메라로 유통 기한 등 화물 정보를 수집한다. CJ대한통운은 "사람 키보다 높은 2m 이상 고층 선반에 있는 화물 정보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 재고 관리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작년 11월 한 달간 강원 영월군에서 국내 최초로 물류배송 실험도 했다. 무게 1㎏이 안 되는 소형 택배를 영월영업소에서 인근 농업기술센터까지 왕복 5.2㎞를 드론으로 운행한 것.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작년 4월부터 드론 업체 유콘시스템과 함께 택배 드론의 안정성과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를 작년보다 34.3% 증가한 60.4억달러(6조8400억원)로 예상했다. 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 쓰이는 개인용 드론 시장 규모는 23.6억달러, 택배나 재난구조 같은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36.8억달러로 추정했다. 상업용 드론은 현재 촬영이나 농업용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론 운송·건설·측량·보안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력이 큰 상업용 드론 시장의 대표 주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이다. 지난해 12월 말 드론 택배를 영국 런던에서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이 장악한 시장… "문제는 규제"


    현재 전 세계 민간 드론 제조 분야의 1위 기업은 중국 DJI다. 2006년 중국 선전에서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DJI는 10년 만에 전 세계 민간 드론 제조 시장의 70%를 차지한 기업이 됐다. DJI의 기업 가치는 11조원을 넘어섰다. 중국의 '드론 굴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당국이 드론 활용과 관련한 규제를 확 풀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드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지역이 부산, 대구, 강원 영월, 전북 전주, 경남 고성, 전남 고흥, 충북 보은 등 7개 지역에 불과하다. 규제기관도 레이싱 같은 드론 게임은 문화관광부, 모터 같은 부품은 산업통상자원부,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제각각이다.


    드론 전문가인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드론 규제를 통합적으로 하는 기관을 두고 보안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