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치킨업주 "차라리 내가 다른 가게 알바 뛰는 게 낫지"

      입력 : 2017.07.17 09:19

      [최저임금 최대 인상]


      - 최저임금 대폭인상 자영업 아우성
      "주휴·야근수당 등 부담하면 지금도 시급 9000원꼴인데… 알바생 쓰는 시간 줄일 수밖에
      時給 따져보면 내가 더 낮아져"


      - 외식업체만 65만곳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오르면 영업이익률 10→1%로 급락
      종사자 13%인 27만명 실직 전망


      - 중소 제조업체도 "큰일났다"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근로자"


      "날이 갈수록 매출은 줄어드는데, 내년에만 최저임금이 1000원 넘게 오른다는 것은 사업 때려치우란 얘기 아닙니까?"


      16일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들이 손님들이 건넨 물건 값을 계산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편의점 점주는 "이러다가 인건비 감당을 못 하는 편의점의 매물이 쏟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16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편의점 주인 계모(46)씨는 "10년 넘게 밤낮없이 일했는데, 이젠 정말 이 일을 접을 때가 된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13년째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계씨는 "현재 최저임금 시급(時給)이 6470원이지만, 실제 알바생 1명에게 들어가는 돈은 주휴 수당과 야근 수당 등을 부담하면 9000원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1만원이 넘어서게 될 텐데 어떻게 감당할지 갑갑하다"라고 했다.


      ◇자영업자들 "사업 접으란 얘기냐"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편의점과 치킨집 업주,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영세·중소업체들의 절박한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최저임금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오를 경우, 전체 외식업 종사자의 13%인 27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중소 외식업체 영업이익률이 10%에서 1%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래픽〉.


      정부가 이날 4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국장은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데 국내 자영업자가 300만명이고, 외식업체만 65만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업종이나 점포별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정부가 어느 시점까지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재원 마련은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업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민성씨는 "이런 상황이라면 2020년엔 주방보조 아주머니를 내보낸 뒤 우리 부부가 일을 더 하더라도 배달 알바생보다 시급(時給)은 더 낮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정부가 동네 치킨집의 어려움을 안다면 한 번에 16%씩 올리진 못할 것이다. 가맹점 본사의 갑질보다 더 가혹하다"고 말했다. PC방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점주들의 모임인 인터넷PC문화협회 이상화 지부장은 "최근 모바일 게임에 밀려 대다수 PC방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영업을 그만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단체 카톡방은 이날 내내 뜨거웠다. 프랜차이즈 빵집 운영자 이재광씨는 "가맹점주 대부분은 알바생의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하고, 그중 절반은 이참에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겠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계산이나 상품 진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이번 결정으로 내년 추가 인건비 부담을 126억원으로 예상했고, 이마트는 연간 200억~300억원 정도 추가 부담을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 알고나 내린 결정인가"


      중소기업들은 "이번 인상안이 중소기업들의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고 내린 결정인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도미노처럼 일어날 임금 상승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고 했다. 비숙련 근로자들이 받던 최저임금이 오르면, 숙련 기능공 임금도 덩달아 뛴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1인당 인건비가 현재 연간 3720만원에서 4100여만원으로 약 10%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직원 180명의 연간 인건비 부담액이 6억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A대표는 "작년 영업이익이 10억원 정도였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고용을 줄이고, 새로운 아이템 개발도 접어야 할 판"이리고 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염색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정명효(54)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65명 중 30여명이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다. 이 회사는 연간 인건비로 24억원을 지출하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수준인 5억원 안팎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