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시대 마침내 왔는데... 개미들의 환호는 없었다

    입력 : 2017.07.14 09:36

    옐런 "점진적 금리인상" 발언에 외국인 매수… 코스피 최고치
    개인들은 9년째 주식 팔고있어


    미국발(發) 훈풍에 힘입어 13일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2400선을 넘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4% 오른 2409.49에 마감했다.


    코스피 2400을 목전에 두고 멈춰 섰던 코스피에 불을 붙인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었다. 옐런 의장은 12일(현지 시각) 미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와 고용 여건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는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gradually)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13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7.72포인트 오르며 2409.4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400선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휴대폰으로 코스피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열 삼성증권 상무는 "옐런 의장의 이번 발언은 예전과 달리 통화 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에 가까워 주식 같은 투자 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면서 "금리 인상 속도나 시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호재였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 발언 덕분에 미국 다우지수도 전날보다 0.57% 오른 2만1532.14에 마감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타는 바이코리아… 장중 2420 찍어


    13일 코스피지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2400선에 발을 디뎠다. 장중엔 2420까지 넘나들었다. 코스피가 이미 7개월 연속 상승해 단기 조정을 거칠 것이란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줄어들었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미국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은 출구 전략을 천천히 진행하겠다는 의미이고, 시중에 돈도 한동안 풀려 있을 것이란 의미"라며 "신흥국으로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실적 전망도 밝아 외국인 매수가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기관과 개인은 내다 팔았지만,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400억원 넘게 사들이면서 강세장을 이끌었다. LG화학·포스코·삼성SDI·SK하이닉스 등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무더기로 1년 사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한국주(株) 규모, 10년 만에 최고


    올해 코스피의 사상 최고 행진을 주도하는 일등 공신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2년째 한국 주식을 사 모으고 있지만, 기관과 개인은 각각 4년, 9년째 팔고만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코스닥 주식의 시가총액은 602조5752억원으로, 사상 처음 60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시가총액(1770조2805억원)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보유 주식 비율도 34.04%로 높아졌다. 외국인의 시총 점유율 34%대는 지난 2007년 6월 20일(34.08%) 이후 10년여 만이다. 특히 미국계 자금의 보유 주식 규모가 작년 말 대비 27% 증가해 가장 커졌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장기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수익률은 지난 1992년 주식시장 개방 이후 배당까지 포함해 연평균 22%에 달한다.


    ◇추가 상승은 지켜봐야


    한국 증시의 올해 상승률은 18.9%로, G20(주요20국) 중에선 4위다(1위는 터키 32.9%). 주요국에 비해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은 탄탄한 기업 실적 덕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추정치)은 전년 대비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선 코스피가 더 오르기엔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기술(IT)이나 금융과 같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실적이 부진한 업종도 많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도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코스피가 지금까지는 기대 심리로 상승 흐름을 이어왔지만, 실제 소비가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되어야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