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후폭풍... 작년 '3차 선정'도 수사?

    입력 : 2017.07.14 09:27

    [관세청 점수 조작 파문 확산]


    과거 사업자 선정 과정 전반으로 조사 확대 가능성에 업계 긴장
    "현저하게 점수 상승한 업체가 집중 조사 타깃 될 것" 관측도
    신규 선정·새 매장 개장 올스톱
    "5년 한시법 조속 개정하는 등 면세점 제도 근본적 개편" 지적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관세청이 점수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발표가 나온 뒤 면세점 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과거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관세청과 면세점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연말로 예정된 사업권 심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업체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로 지금이 국내 면세점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걷어낼 적기(適期)"라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자 선정을 포함, 제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3차 선정'까지 수사 확대될 듯


    감사원은 지난 11일 관세청의 자료 조작 등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천홍욱 관세청장을 고발하고 서울세관 전·현직 직원 4명을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우선 사업자 선정 심사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세관 직원들을 불러 윗선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심사 점수 조작 사실을 보고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담당 공무원이 왜 그렇게 조작했는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실무 직원만 잘라내는 '꼬리 자르기'식 감사를 했다"며 "재벌 공모 여부 등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롯데가 2차례 심사에서 점수가 깎이면서 사업권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된 한화와 두산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두 회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심사 서류를 제출했고, 사업권 획득을 위해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관세법에 따르면, 업체가 면세점 사업권을 부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권을 박탈한다. 실제로 업체들은 부당 행위가 있을 경우 사업권을 자진 반납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심사를 앞두고 관세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대상이 2015년 7월과 11월의 1·2차 사업권 선정 과정과 2016년 사업자 추가 선정 방침 결정 과정에 한정된 만큼, 면세점 업계는 조만간 지난해 12월의 3차 선정 과정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현대백화점과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신세계DF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고위 간부는 "지난 1·2차 심사 결과에 비해 현저하게 점수가 상승한 업체 등이 타깃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행 면세점 선정 제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향후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와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오는 12월 사업권이 종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과 최근 한화갤러리아가 사업권을 반납한 제주공항 면세점의 사업자 선정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코엑스점의 경우, 통상 사업권이 끝나기 6개월 전에는 입찰 공고가 나와야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


    지난해 12월 사업권을 얻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DF 등 신규 면세점 개장 시기도 안갯속이다. 사업권을 받은 뒤 1년 이내에 면세점을 열어야 하지만, 이들은 '사드 보복' 여파로 방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관세청에 영업 개시일 연기를 요청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감사원 발표로 쑥밭이 된 관세청에서 신규 면세점들의 개장 연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현행 면세점 선정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면세점 사업권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킨 '5년 한시법'을 조속히 개정해 업체들의 장기투자를 촉진하고, 면세점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점수 조작이 가능했던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 관행을 끊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회에는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관세청 시행령의 세부 평가 항목을 법률로 규정해 국회 동의 없이 바꿀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