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죄니... 은행들 '기관 영업' 혈투

    입력 : 2017.07.11 09:16

    [정부부처·지자체·공기업 주거래은행 줄줄이 교체 예정]


    KB국민, 파격 혜택 제시로 14萬 경찰 대출·복지카드 독점
    게임족·취준생 우대 상품 등 특정 고객 타깃 마케팅도 치열


    시중 은행 간에 '영업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 강화로 확실한 수익원이던 주택 담보대출이 주춤하면서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만한 '틈새시장'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한꺼번에 수십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관 영업' 전선과 개인 고객 중 특정 고객군을 정밀 겨냥하는 '타깃 마케팅' 등 2개 전선에서 동시다발로 영업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최근 은행권 최대 화제는 KB국민은행의 '참수리 대출' 우선 협상자 선정이었다. 경찰 공무원 14만명에게 신용대출과 복지카드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이다. 경찰청은 5년 단위로 사업자를 재지정하고 있는데, 올해 입찰에서 국민은행이 종전 사업장인 신한은행을 제치고 선정됐다.



    경쟁 과정에서 두 은행이 제시한 신용대출 금리 수준은 비슷했다. 최저 연 1.9% 수준(우대 금리 포함)이었다. 승부는 복지카드 혜택에서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인당 연간 50만원 정도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복지카드로 국민은행이 파격적인 부가 혜택이 담긴 신용카드를 제안했다고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본적인 교통·이동통신 할인은 물론 병원·약국 할인, 쇼핑·외식 할인,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넣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기관 영업'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대학, 공기업 등 공공 성격이 있는 기관의 주거래 은행이 되기 위한 경쟁이다. 선정되면 해당 기관이 관리하는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고, 기관 임직원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2014년에 26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예금을 놓고 시중 은행 간 경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우리은행이 1400억원 출연금 제공 등 조건을 내건 끝에 선정된 바 있다.


    올해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 규제로 주택 담보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대전·강원·충북·충남 등 대형 지자체 주거래 은행 교체가 올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0곳의 기초 지자체도 주거래 은행 교체를 앞두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관의 주거래 은행은 한 번 뺏기면 재입찰을 통해 다시 찾아오는 데 4~5년이 걸린다"며 "은행들이 역량을 총동원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정 고객군 겨냥한 '라이프 스타일' 상품 줄이어


    은행들은 특정한 개인 고객을 노린 '라이프 스타일(생활 방식)' 맞춤형 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전국 15세 이상 남녀 3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개·고양이 등을 기르는 고객들이 원하는 금융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KB금융은 반려동물을 사서 기르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는 적금,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보험 등을 하나로 묶은 금융 상품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다른 계층과 구분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고객 집단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내놓아야 시장을 선점하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을 활용하며 운동을 즐기는 '건강족(族)' 고객에게 우대 금리를 주는 '신한 헬스플러스적금'을 팔고 있다. 삼성전자의 건강관리 앱 'S헬스'로 10만보 걷기 등 목표를 달성하면 연 0.1%포인트 금리를 더 얹어주는 상품이다.


    상품 개발에 앞서 340명 규모의 고객 평가단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유인(誘因)을 주는 금융 상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고객 수요를 찾아낸 것이다.


    하나은행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펀(fun·즐거움)족' 고객에 주목했다. 퍼즐 맞추기 게임에 네 번 참여하면 연 최대 1%포인트 우대 금리를 주는 '셀프 기프팅적금' 상품이 있다.


    우리은행은 취업 준비생을 상대로 토익 응시료 10% 할인, 외국어 학원 무료·할인 수강권 제공 등 혜택을 주는 입출식 통장과 체크카드 결합 상품인 '위비 꿀청춘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학교 4학년을 포함한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혜택이 무엇인지 조사해 만든 상품"이라며 "미래 고객이 될 만한 이들을 미리 잡아두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