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노동계... 夏鬪, 조짐이 심상찮다

    입력 : 2017.07.06 09:14

    [긴장 고조되는 산업 현장]


    - 오히려 느긋한 노조
    새 정부 출범에 기여한 '채권자'… 비정규직·최저임금 이슈로 무장


    - 자동차 노조들 파업 초읽기
    한국GM·기아차, 쟁의 조정 신청
    현대자동차도 타협점 찾지 못해


    5일 경기도 부평에 있는 한국GM 생산 공장 내 중앙 조립 사거리엔 '총력 투쟁, 단결 투쟁, 발전 전망 쟁취하자!'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공장 내 직원 식당 앞과 조합원 복지회관 등에는 6일부터 시작되는 파업 찬반 투표를 위한 투표소 설치도 한창이었다. '지금은 투표해야 할 때. 압도적인 찬성으로 미래를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등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가 적힌 노조 소식지와 플래카드도 곳곳에 있었다. 회사 측은 노조가 찬반 투표를 거쳐 10일 이후 본격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3년 연속 적자에다 누적 적자액만 2조원이다. 올 상반기에도 판매량이 10% 가까이 줄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회사 존립이 걱정되는 상황에 노조는 파업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에 '하투(夏鬪)'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난달 말 총파업을 벌인 데 이어 금속노조 산하 한국GM노조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하투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파업 초읽기… 車업체 하투 본격 돌입


    금속노조 소속으로 대표 강성 노조로 꼽히는 자동차업체 노조가 파업 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한국GM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지급, 주간 연속 2교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권 관련 사안인 '차종 생산 확약' '디젤 엔진 생산 물량 확보'도 요구 중이다. 이에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400만원,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미래전략에 대한 확약이 부족하다"면서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한국GM에 이어 기아차·현대차노조도 파업에 가세할 기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쟁의 조정 신청을 한 것은 금속노조 차원에서 파업 체제로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노조는 지난달 29일 임금 인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3일 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기아차노조도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는 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작년 역대 최장인 212시간 파업했던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4월부터 협상 테이블을 꾸렸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한 사측의 일괄 제시안을 달라"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괄 제시안 요구는 파업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며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도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작년 현대차는 노조 파업으로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현대중공업·항공 등도 노사 갈등 이어져


    현대중공업은 작년 5월부터 90여 차례 교섭을 거듭했지만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와 맞물려 타결짓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수주 절벽' 탓에 회사는 전 직원 기본급 20% 반납과 고용 보장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거부하고 있다. 작년 말 12년 만에 금속노조에 재(再)가입한 현대중공업노조는 오는 12~14일 전면 파업과 함께 상경(上京)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 사측이 "선박 수주량, 영업이익 등 노조가 악의적인 '가짜 뉴스'로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노조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이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노조도 지난달 1~2일 근무조별 2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도 올해는 물론 2015년과 2016년 임금 인상 협상까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재계, 작년 파업 넘어서나 긴장


    "협상이라는 게 요구와 타협이 있어야 하는데 (노조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지 '급할 게 뭐 있느냐'는 식이다. 도대체 움직이질 않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친(親)노조 성향을 보이는 정부가 들어선 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사회적으로 노동 관련 이슈가 크게 부각된 상태다. 여기에 노동계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채권자'로서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가 분출되면서 임단협과 파업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5월 대선으로 임단협 일정이 늦어지면서 노조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있는 9~10월까지 협상과 파업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슈를 노조 쪽에서 임금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