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한발 늦었던 그들, 5G는 먼저 치고 나갔다

    입력 : 2017.06.30 09:15

    [美·中·日, 5세대 이동통신 선점 경쟁… 한국은 규제에 발목 잡혀]


    - AI·사물인터넷 빅뱅시대 열 5G
    美, 세계 첫 주파수 할당 계획… 中, 7년간 200조원 투자 방침
    日, 2023년까지 전국망 설치… 한국, 통신비 인하 이슈로 위축


    미·중·일 3국이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3G(3세대 이동통신)와 LTE(4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선 한국에 한발 뒤졌지만,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뱅' 시대를 열 5G 시장에선 앞서가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통신업체들은 앞으로 7년간 200조원을, 일본 통신업체들은 2023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51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올해 안에 도시 11곳에서 5G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년 2월 평창올림픽 때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5G 기술은 아직 국제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세계 통신업계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5G를 선점하는 통신업체가 앞으로 10년간 세계 통신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5G 레이스는 이미 막이 올랐다. 세계 각국이 5G 선점 경쟁에 나선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등을 실현해줄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5G 국제 표준이 2020년쯤 정해질 예정이지만, 이미 중국과 한국, 미국 등에서는 5G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전력질주 시작한 미·중·일


    중국 대표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ZTE는 지난 28일(현지 시각)부터 자국(自國)에서 열린 통신 기술·기기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에서 5G 포럼과 기술 전시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자신들이 '5G 선두 주자'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겠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내년까지 5G 연구개발(R&D)에 7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3대 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7년간 5G 기술과 망 구축에 약 2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TE망 투자 때보다 50%나 증가한 수치다. 중국 1위 통신 서비스 기업인 차이나모바일은 올 초 글로벌 자동차 회사, 가전업체 등 회사 42곳과 손잡고 5G공동혁신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4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때 다른 나라에 뒤졌던 중국이 5세대에서는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올해 내 애틀랜타·뉴저지 등 미국 도시 11곳에서 5G 시험망을 운영한다. 미국 3위 통신업체인 T모바일도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 5G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작년 7월 세계 최초로 5G용 주파수 할당 계획을 공개하며 5G 조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병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미국 FCC가 5G용 주파수 할당 방침을 밝힌 것은 자국 통신업체들의 5G 개발 참여를 유도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일본도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도쿄 지역부터 5G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3대 통신업체인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는 2023년 일본 전역에 5G망 구축을 완료하기 위해 5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부 격인 일본 총무성도 통신업체·정부연구소와 함께 5G 실증 시험을 시작하는 등 총력 지원 체제를 구축했다.


    ◇선두권인 국내 통신업체… 투자 위축 우려


    SK텔레콤·KT 등 국내 통신업체들도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독일 자동차 회사 BMW, 스웨덴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과 손잡고 세계 최초 5G기반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KT는 5G에다 가상현실(VR)을 접목해 운동 경기를 관람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와 5G 장비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5G 시장 경쟁은 결국 대규모 투자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국내 통신업체들도 내년 5G용 주파수를 확보하는 데만 수조원을 써야 한다. 과거 3G·LTE 주파수를 낙찰받는 데 통신3사가 1조~2조원을 쓴 점을 감안하면, 내년 주파수 비용은 이보다 비싼 2조~3조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망 설비 투자도 만만치 않다. 국내 통신업체들이 아직 구체적인 망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선 LTE 때 투자비의 1.5배~2배 정도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추산대로라면 대략 40조원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논란 때문에 자칫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5G 투자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등장한 요금 인하 이슈로 5G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전송 속도가 현재 LTE보다 40배 빠를 뿐 아니라 반경 1㎞ 이내 사물인터넷 기기 100만개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속도 지연 현상도 0.001초 이하다. 자율주행차,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등 대용량 데이터 콘텐츠를 전송해주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