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전망은 쑥... 체감경기는 뚝

    입력 : 2017.06.30 09:06

    [엇갈리는 경제 지표, 왜?]


    석유화학·철강 등 수출 호조에 올 전망치 2.5%→2.9%로 올라… 세계 경제 성장세도 긍정적
    기업 체감은 14개월 연속 부진 "내수회복 안 되고 통상환경 불안"


    '경제성장률 전망치, 2.5%에서 2.8%로 상향 조정.'(산업연구원·27일)


    '14개월 연속 기업 체감 경기 부진…IMF 위기 이후 최장 기간.'(한국경제연구원·29일)


    최근 쏟아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엇갈린 분석과 전망치다. 주요 경제 연구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건설업 호경기에다 세계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체감 경기 부진이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증가세가 전반적인 경제성장률을 이끌고 있지만, 고질적 국내 경기 침체 요인이었던 내수는 회복되지 않고 통상 환경 악화 등 여러 불안 요인으로 기업들 체감 경기는 온도 차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속속 올리는 경제 연구원


    산업연구원은 지난 27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지난해 말보다 외부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내부적으로 정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출과 수입의 동반 상승을 꼽았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입이 지난해 4분기 증가로 돌아선 이후 올해 증가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5월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수입은 21.4%로 모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29일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지난 3월 발표)에서 2.9%로 0.4% 포인트 높였다"고 발표했다. 한경연은 "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1%(2016년10월)→3.4%(올 1월)→3.5%(올 4월)로 계속 오르는 등 세계 경제성장세 강화에 따른 수출 확대가 우리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경제연구원도 2.3%에서 2.5%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체감 경기 부진은 14개월째


    반면 같은 날 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월 전망치가 95.6을 기록, 14개월 연속 100에 미치지 못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BSI가 100을 밑돈 것은 외환 위기(31개월 연속 부진) 이후 최장 기간이다. 김윤경 경영분석팀장은 "내외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과 추경 집행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휴가 철에 따른 생산 차질과 외부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은 미국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신흥국 수입 수요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의 비관세 장벽 강화를 통한 보호무역 조치 확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주장 등 급변하는 통상 환경도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7월 전망치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92.2)과 비제조업(100.0) 모두 지난달(각각 93.7, 105.9)에 비해 하락했다. 6월 실적치는 26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전달(90.8)에 비해 오른 93.4를 기록했고 비제조업은 5.8 하락한 96.8을 기록했다.


    이런 엇갈린 분석에 대해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 지표에서는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수출 대기업의 호조가 크게 반영되고,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시 지표인 BSI에는 상대적으로 국내 경기 상황 반영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거시 경제와 미시 경제, 수출과 내수 경기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