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9개월 만에 최저... 수출기업들 비상

    입력 : 2017.06.27 09:25

    [배럴당 40달러 무너질수도]


    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하며 OPEC 감산 연장 합의 힘 못써
    저유가 직격탄 맞았던 조선업, 해양 플랜트 악몽 재연 두려움
    국제유가 직접적인 영향 받는 건설·석유화학도 수출부진 우려


    국제 유가가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減産)에 합의하면서 작년 말부터 반등하던 유가는 최근 미국 셰일오일을 비롯한 원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내년에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반등 흐름을 타고 올 들어 수출을 늘려가던 우리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왜… OPEC 감산 효과 떨어지고 셰일오일 생산 늘어


    지난 23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미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43.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9월 16일 이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WTI는 올해 가장 높았던 지난 2월 23일(54.45달러)보다 22%가량 떨어졌다. 작년 2월 26달러까지 떨어졌던 WTI는 같은 해 11월 말 OPEC이 감산(減産)에 합의하면서 50달러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미국 원유 재고 증가로 5월 초 50달러 아래로 떨어지더니 같은 달 25일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9개월 감산 연장 합의에도 최근 5주 연속 하락했다. 2011년부터 4년 가까이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오르내리던 국제 유가는 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해 작년 2월엔 26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셰일오일 등 원유 생산 증가로 지난주 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9개월 만에 최저인 배럴당 43.01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내년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한 석유회사가 셰일석유를 시추하는 모습. /미국지역 공동체 환경보호기금


    최근 유가가 예상과 달리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수요 문제가 아니라 공급 과잉 우려 때문이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원유 재고량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어난 데다 셰일오일 개발이 재개되면서 미국 원유 생산량은 연초보다 7% 증가한 하루 935만 배럴까지 늘어났다. 내년엔 하루 100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EIA·미국 에너지청)도 나온다. 미국 원유 생산의 선행 지표인 셰일오일 시추공은 23주 연속 증가해 올 초 529기에서 747기로 41% 급증했다. 유가 하락에도 셰일오일 시추공이 늘어나는 것은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 덕분에 생산비가 배럴당 35~50달러로 낮아져 지금의 유가 수준에서도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IB)인 BoA메릴린치는 "수요 증가가 유가 하락세를 멈추게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엔 배럴당 3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CNBC는 "유가가 '베어마켓(하락장)'에 들어섰다"며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1980년에는 GDP(국내총생산)를 연간 100만달러 창출하는 데 석유 2000배럴이 들어갔지만 최근엔 400배럴이면 된다"며 "자동차나 발전 분야 등에서 '탈(脫)석유화'라는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수출 부진 재연될까 산업계 긴장


    "유가가 계속 떨어지니 수년 전 해양 플랜트 악몽이 떠오른다."


    한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 업종이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인 조선업이고, 그중에서도 해양 플랜트였는데 유가가 또다시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발주는커녕 만들고 있는 해양 플랜트 인도에도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 들어 VLCC(초대형 유조선) 수주 덕분에 조선소들이 겨우 숨 쉴 여지가 생겼는데 유가가 다시 발목을 잡을 기세"라고 말했다.


    건설이나 석유화학, 정유업계도 비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동 쪽에서만 공사 수주가 조금 늘었는데, 유가가 떨어지면 중동 발주처들이 정유 플랜트 계약 자체를 보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가 급락했던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정유 3사는 2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유가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정유업계 탓에 당시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단가는 유가에 연동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수출이 최근처럼 플러스 증가율이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전문가들은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전망했다. 시티그룹이 60달러, 블랙록은 50~65달러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 경제 전망에서 50달러대 초반으로 전망한 바 있다. OPEC 감산 기간이 연장되면 60~7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