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社 "3조7000억 버는데, 4조6000억 토해내라니"

    입력 : 2017.06.23 09:04

    "과도한 부담… 초법적 조치" 반발
    해외 투자자들도 소송 가능성


    22일 휴대폰 요금 할인율 상향(20→25%)을 골자로 한 국정기획자문위의 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되자 통신업계는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초법적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 3사(社)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해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통신 3사는 대형 로펌에 요금 할인율 확대의 위법성 여부를 문의하는 한편,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관련 고시와 행정규칙까지 뒤져 반박 근거를 찾고 있다. 한 통신회사 임원은 "요금 할인제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비슷한 수준의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취지인데, 인위적으로 할인율을 올리면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휴대폰 판매점 앞에서 한 시민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약정 기간 25% 요금 할인을 포함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비 절감 대책이 발표되자 통신업계는 "민간 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또 다른 통신업체 임원은 "이런 식이라면 지난해 12조원 영업이익을 낸 한전도 전기 요금을 낮춰야 할 것"이라며 "통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결국 유통망을 무너뜨리고, 통신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켜 소비자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발표안은 통신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가계 통신비 대책을 통해 4조6000억원의 통신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을 1조원 가까이 넘어서는 금액이다. 통신업체 고위 관계자는 "총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인데 4조6000억원을 토해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 말 한마디에 기업이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통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통신 3사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SK텔레콤 43.3%, KT 49%, LG유플러스 46.5%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ISD(투자자 국가소송제)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보았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정부가 이번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이통사를 전(全)방위로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이통사 임원은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배정, 각종 주파수 용도 변경 등 정부가 통신업체들을 압박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며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