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2조~5조원, 국내 증시서 빠져나갈 우려

    입력 : 2017.06.22 09:33

    ['중국A株'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중국 A株 222개 대형종목, 시가총액 5%만 편입할 계획
    실제 편입은 내년 5월과 8월


    한국 신흥시장지수 비중 0.2%p↓ "자금이탈 분산, 파장 크지 않을듯"


    중국 본토에 상장돼 중국인 전용으로 거래되는 주식인 '중국 A주'가 내년에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신흥시장지수에 새로 편입된다. 이에 따라 MSCI 신흥시장지수 내에서 중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국내에선 단기적으로 약 2조원 이상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미국 시각) 이 지수를 산출하는 기관인 MSCI 측은 '연례 시장 분류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 A주를 신흥시장지수에 편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흥시장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가장 높다. 하지만 여기엔 홍콩과 미국 증시 등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국 ADR(주식예탁증서)만 포함돼 있다. 중국 본토, 즉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돼 중국인과 허가받은 해외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중국 A주는 빠져 있는 상태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편입에 도전했지만 해외 자금의 유출입이 제한돼 있고 거래 정지 종목 비율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 거래 전용 주식인 중국 A주가 2018년 5월부터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된다. MSCI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에 참고하는 주요 지수로, 이번에 중국 A주가 편입됨에 따라 향후 5년간 약 2100억달러가 중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AFP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는 편입 대상 종목을 A주 중에서도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매매),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매매) 등을 통해 매매 가능한 대형주'로 축소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가 쉬워졌고, A주 편입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 결과 네 번째 도전만에 시가총액 7조달러(약 8000조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 무대에 진출한 것이다.


    ◇국내 증시서 최소 2조원 이상 유출 우려


    MSCI 신흥시장지수에 새로 편입되는 중국 A주는 222개 대형 종목이다. 당초 예상됐던 종목 수(169개)보다 많아졌다. 일단은 편입 대상 종목 시가총액의 5%만 지수에 편입한다는 계획으로 실제 편입은 내년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계획대로 편입이 끝나면 내년 8월 중국 A주는 신흥시장지수의 약 0.73%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얼핏 보면 큰 숫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신흥시장지수를 참고해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글로벌 펀드가 1조6000억달러(약 183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중국 증시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지수 구성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패시브 펀드'는 물론 적극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까지 중국 투자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A주 편입으로 앞으로 5년간 중국 증시에 2100억달러(약 240조원)가 새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MSCI 측도 향후 A주의 완전 편입(시가총액 100%)이 이뤄지면 3400억달러(약 390조원)가 중국 증시로 흘러들어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반면 중국 A주 부분 편입으로 내년 8월 신흥시장지수 내 비중이 지금보다 0.2%포인트가량 하락하는 우리나라에선 글로벌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권사들은 A주 5% 편입시 국내 증시에서 약 2조~5조원이 빠져나가고, 완전 편입시엔 최대 35조원 이상이 유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 "자금 이탈 분산돼 파장 크진 않을 것"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A주 편입의 파장이 당장 국내 증시에 타격을 줄 만큼 크지는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편입 규모가 크지 않고, 실제 부분 편입도 내년 5월 말 이후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과거 편입 사례를 볼 때 100% 완전 편입은 최소 6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홍매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A주 편입은 이미 올 초부터 유력하다는 예상이 나왔고, 이에 따른 자금 유출도 한꺼번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수년에 걸쳐 분산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증시의 유동성과 기초 여건상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금융시장 점검 회의에서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의 증가 추세와 외국인 투자 자금의 국내 증시 순유입 규모 등에 비춰볼 때 글로벌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은 신흥시장지수로 분류돼 있는 한국 증시가 향후 MSCI 선진시장지수로 옮기면 중국 비중 확대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증시는 지난 2008년 선진지수 후보군인 '관찰 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2014년부터는 빠졌지만, 향후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투자를 쉽게 하도록 개선하면 중국 A주의 완전 편입 이전에 선진지수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MSCI 지수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산출하는 세계 주가지수로, 크게 선진시장(DM), 신흥시장(EM), 프런티어시장(FM) 등 세 부문으로 나뉜다. 약 10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자금 투자자들이 이 지수를 참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수에서 특정 국가의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국가로의 외국인 투자가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