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땐 '무이자 할부' 줄어들 듯

    입력 : 2017.06.15 09:39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 발표]


    - 카드사들, 소비자 혜택 축소하나
    카드사 실적 年 3500억원 급감… '이벤트성 서비스' 줄일 가능성


    - 업계 "손쉬운 수수료만 건드려"
    가맹점 90%가 혜택 받지만 月 몇만원정도로 크지 않을 듯
    "비싼 임대료 등 먼저 해결을"


    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무이자할부 등 신용카드 소비자 혜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영세가맹점 기준 상한을 기존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 상한은 연 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올리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행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는 매출의 0.8%,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는 매출의 1.3%이다. 카드업계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고스란히 카드사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향후 신용카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체 가맹점 10곳 중 9곳 '영세·중소가맹점' 혜택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세·중소가맹점 기준 확대'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자영업자 단골 지원책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3년마다 카드 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를 기반으로 정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에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형태로 산정된다. 정부는 그간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영세·중소가맹점 기준을 완화하고, 수수료율은 낮춰왔다. 그 결과 2009년 초 3.27%였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말 1.86%까지 떨어졌다. 이번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전체 가맹점 중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7%에서 87%로 높아진다. 신용카드 가맹점 10곳 중 9곳은 '우대 수수료'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업계 "비싼 임대료 등 대못은 못 뽑고 손쉬운 수수료만 건드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영세·중소 가맹점이 연간 80만원 정도 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연간 3500억원 수준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자영업자를 정말 괴롭히는 건 카드사 수수료가 아니라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 그리고 경기 침체"라고 반박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해 어려운 과제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대신 '손쉬운 개혁'만 하고 있다"며 "카드사 매출 수수료율은 국내 금융상품 중 유일하게 법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구조"라고 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영세가맹점 5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영세가맹점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기침체(57.2%)와 임대료(15.8%)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수수료 때문에 힘들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 80만원 수수료 감면 혜택을 월 단위로 계산해보면 결국 자영업자가 한 달 6만~7만원 정도 이익을 보는 것"이라며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혜택 줄어


    업계에서는 카드사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혜택을 차츰 줄여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영세·중소 자영업자가 누리는 수수료 감면 혜택 3500억원이 카드사에는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카드사 수수료가 거듭 인하되면서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2조300억원)보다 7% 가까이 줄어든 1조8900억원에 그쳤다. 2013년(1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업계 당기순익이 1조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카드 이용액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553조6000억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무이자 할부 등 '이벤트성 서비스'가 먼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품 서비스 내용을 바꾸려면 금융 당국으로부터 약관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벤트성 혜택을 줄이고, 혜택이 많은 카드는 차차 판매가 중단될 것"이라며 "카드 부가서비스 유지 의무 조항을 현재 3년에서 1년으로 줄여 달라고 당국에 요청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