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치솟는데, 왜 돈 벌었다는 사람 없지?

    입력 : 2017.06.14 09:14

    개미들, 코스피보다 코스닥 투자
    올해 코스피 주가 16.4% 오를 때 코스닥 상승률은 5.2%에 그쳐


    그동안 박스권 장세서 손해 보고 본전만 찾으면 서둘러 시장 떠나


    "증시가 펄펄 끓는다고 하는데, 주변에 돈 벌었다는 사람이 없다. 우리 같은 증권맨들은 감이 있는데, 이번 장(場)은 절대 호황이라고 할 수 없는 희한한 장이다."(증권회사 18년차 직원 A씨)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차분한 분위기다. 증권사를 찾는 고객 발길도 그다지 늘지 않았고, 여의도 증권가에서 웃음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증권사 경력 20년 차 간부 B씨는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 예전 같으면 고맙다며 수백만원씩 쥐여주는 개인 투자자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호황인데도, 돈을 벌어 행복하다는 개인이 많지 않다. 왜 이런 걸까.


    ◇개인, 안 오르는 코스닥 편식


    현재 증시에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곳은 코스피 시장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과 같은 우량주가 상장돼 있는 코스피는 올 들어 주가가 16.4% 올랐다. 지난달 코스피 월간 상승률은 6.4%로 지난 2012년 1월(7.1%)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이 주로 상장돼 있는 코스닥은 상승률이 5.2%에 그쳤다. 12일 기준으로 코스닥지수는 664.86으로 2015년의 최고치인 788.13보다 100포인트 이상 낮다. 올해 들어 상승한 종목도 코스피는 전체 1322개 가운데 951개(71%)인 데 반해, 코스닥은 1232개 가운데 595개(48%)에 그쳤다.


    그런데 개인 투자가의 경우,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의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전체의 46%지만, 코스닥에서 개인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가들은 투기성이 강해 삼성전자 같은 코스피 우량주가 좋다는 것을 권해도 코스닥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코스피 시장인데, 개인 투자가들은 코스닥에 더 많은 관심을 두다 보니 돈을 벌었다고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전' 되기만 기다려온 개인들


    기나긴 박스권 장세에서 손해를 보고 속을 끓이는 개미들은 최근의 주가 상승으로 본전을 회복한 경우가 많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약 5조2615억원(12일 기준)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올 들어 외국인은 8조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오랜 기간 손해를 봤던 개인 투자가들이 이번 상승장을 맞아 서둘러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가들이 '차라리 그 기간에 부동산을 사서 월세라도 받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일종의 '기회비용'을 자꾸 떠올리기 때문에 상승장 덕에 돈을 좀 벌었다고 해도 돈을 벌었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에 휘둘리는 개미들


    코스피시장은 외국인들이 흐름을 주도한다. 막대한 실탄을 활용해 상승장을 견인하는 것도 외국인이고, 매도 타이밍을 잘 잡아 주가 상승의 과실을 따먹는 것도 외국인들이다. 반면 개인 투자가들은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못 참고 이익 실현에 나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스권에서 탈피해 본격적으로 증시가 오르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외국인은 8조6256억원을 코스피시장에 순매수했는데, 개인투자가들은 반대로 5조1104억원을 순매도했다.


    또 상승장에서 개인이 수익을 크게 못내는 것은 종목 선택의 선구안과도 관련이 있다.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9개가 주가가 상승해 평균 23% 주가가 올랐는데,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5개로 주가는 11%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선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이끌고, 과실도 외국인이 따먹는 형국"이라며 "주식을 주로 산 사람은 외국인이다 보니, 돈을 벌었다는 개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