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부활한 돼지저금통... 매일 푼돈 적립하는 '짠테크' 뜬다

    입력 : 2017.06.08 09:40

    [요즘 가장 화끈한 금융권 키워드는 '짠']


    - 저금통 본뜬 짠테크 상품들
    하루 단위로 돈 적립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적금 줄줄이 출시


    - '오늘 얼마 저축?' 문자 메시지
    커피·담배 줄여서 돈 모으고 쿠폰·할인서비스 챙기도록 격려
    5일·10일 연속 이체 땐 우대도


    지난해 말 금융회사에 취업한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월급은 통장을 잠시 스치고 가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가 종잣돈 모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특별히 돈 많이 드는 취미 생활을 하지도 않는데 번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해 카드 명세서를 차근히 들여다본 A씨는 허탈했다. '스타벅스 4100원, 세븐일레븐 1만원, 파리크라상 4700원, 스타벅스 5000원….' 커피와 군것질에 '긁은' 내역이 너무 길게 이어졌다. A씨는 "하루 두 잔 마시던 커피를 한 잔으로 줄이기만 해도 한 해에 만만찮은 돈이 쌓이겠더라. 적은 돈이라도 강제적으로 모으기 위해 일단 적금부터 하나 들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윳돈'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저성장 시대가 길어지면서 쓰던 돈을 줄여 아낀 만큼 차곡차곡 돈을 모으자는 이른바 '짠테크'가 유행이다. 짠테크는 아껴 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짠돌이'와 재테크를 결합한 말이다. 짠테크족은 커피·담배 줄인 돈을 모으고, 택시 안 타고 많이 걸어다니고, 각종 쿠폰이나 할인 서비스를 두루두루 알뜰히 챙겨서 그 돈을 꼼꼼하게 모으고 불린다. 짠테크족이 늘자 금융권에서도 요즘 가장 화끈한 키워드 중 하나로 '짠'이 떠오르고 있다.


    ◇짠돌이 인기 '봉투 살림법'을 적금으로


    과거 짠돌이·짠순이들은 보통 집에 저금통을 두고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다.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가 발달하면서 은행들은 이런 아날로그 저금통을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도구로, 간편하게 구현하는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말 출시한 '위비 짠테크 적금'은 하루 단위로 돈을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이다. 우리은행 디지털금융부 이창재 부부장은 "하루에 쓸 돈을 봉투에 나누어 넣고 출근길에 그 봉투를 가져 나가 되도록 그만큼만 소비하는 짠테크족들의 '봉투 살림법' 등을 적금 설계에 반영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전용 상품(우리은행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에서만 가입 가능)인 만큼, 휴대폰을 활용한 '짠 재미'를 많이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이 적금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 '1DAY(하루) 절약 플랜'은 하루 생활비 목표 금액을 설정해두고, 저녁에 실제로 쓴 금액을 입력하면 아낀 생활비만큼의 금액이 적금으로 자동 이체된다. 하루에 2만원을 쓰겠다고 계획했는데 1만5000원만 썼을 경우, 차액인 5000원이 적금 계좌로 이체되는 식이다. 1000원으로 시작해 그다음 날엔 2000원, 그 다음 다음 날엔 3000원으로, 매일 1000원씩 적립액이 늘어나고, 한 달이 지나면 다시 1000원부터 적립이 시작되는 '매일매일 캘린더 플랜'도 짠테크족들의 돈 모으기 기법을 빌렸다.


    KEB하나은행이 지난달 말 출시한 '오늘은 얼마니? 적금'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자꾸 나가는 돈을 아껴서 매일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취지의 상품이다. 이 상품의 핵심은 매일 은행이 보내는 '얼마를 저축하시겠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통한 돈 적립이다. 미리 설정한 목표와 금액을 답 문자로 적어 보내면 자동으로 적금 계좌에 돈이 적립된다. 예컨대 목표를 '금연'으로 했다면 "금연을 위해 얼마를 저축하시겠어요?"라는 문자가 가입자에게 매일 간다. 여기에 '금연, 4500원'이라고 답을 보내면 그날의 이체(하루 1000~5만원 가능)가 완료된다.


    ◇짠테크 친구 저금통, 모바일로 부활하다


    짠테크족들의 '절친' 저금통을 본뜬 상품들도 여럿 나와 있다. 신한은행의 인터넷·모바일 상품 '한달애(愛) 저금통'은 가입자가 '아꼈다'라고 생각하는 돈을 매일 스마트폰으로 입금(이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매일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 가상 저금통에 입금(하루 최대 3만원, 월 30만원)을 하면 이렇게 모인 돈에 연 4.0% 이자를 붙여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계좌로 이체해준다. 지난 4월부터는 신한금융의 통합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도 적립해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쓸 때는 쓰더라도 좀 모으면서 쓰자는 상품도 있다. 기업은행의 'IBK평생설계저금통'은 신용카드(기업은행 카드)를 결제할 때마다 1만원 미만의 돈이 미리 정한 적금·펀드·연금저축신탁 계좌 등으로 이체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하루 3회,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마다 3000원씩 펀드에 적립'이라고 설정을 하고 하루에 3회 카드를 쓰면 9000원(3회×3000원)이 지정한 펀드로 입금된다. 정해진 금액을 이체할 수도 있고, 카드 결제 금액의 1만원 미만 잔돈(예를 들어 1만6000원을 결제했으면 2만원-1만6000원=4000원)을 적립하는 방식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기업은행 WM사업부 김방철 팀장은 "매일 소액으로라도 노후 준비를 하고 소비와 저축을 결합해 차근차근 돈을 모으자는 것이 이 상품의 취지"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3월 출시한 'KB 리브와 함께 매일매일적금'은 금액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돈을 모으는 습관부터 기르자는 취지로 만든 상품이다. 5일이나 10일 연속으로 돈을 이체하면 우대 이율(최고 연 0.2%포인트)을 더해줘서, 꾸준한 적금을 유도한다. KB금융의 모바일 플랫폼 '리브(Liiv)'에서 가입·이용이 가능하다. 한 번 입금 때 1000원 이상씩 자유롭게, 한 달에 3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만기는 6개월이며 만 17세 이상이 가입 대상이다. '간편 송금' 방식을 사용해서 공인인증서 없이도 간단하게 이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