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호의 한국의 명품문화 - 5] 미래학이 말하는 공자와 삼강오륜

  •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입력 : 2017.06.07 09:56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공자(孔子)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대사상가요 교육자이다. 흔히 유교(儒敎)의 창시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이미 있던 것을 집대성한 것일 뿐이며 스스로 창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세계 3대성인 중 유일하게 종교화하지 않은 인간적인 '가르침'의 위대한 스승인 셈이다. 그의 대표적인 핵심 키워드는 인(仁)이며, 인의 방법은 극기복례(克己復禮-자기 자신을 이기고 예의를 따름)라고 하였다. 그 수양을 위해서는 나를 누르고 상대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고 부모와 연장자를 공손하게 모시는 효제(孝悌) 또한 중요한 덕목으로 보았다.


    우리는 흔히 중국, 한국, 일본을 유교문화권(儒敎文化圈)이라고 말한다. 이점에 비록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100% 동의하기는 힘들다. 유학 즉 공자(孔子)의 가르침이 생활보다 서책(書冊) 속에 갇혀있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서책과 생활(生活) 속에 살아있는 나라가 있고, 애초 책이나 생활 속에도 없었거나 잘 안 보이는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공자가 오히려 서책(書冊) 속에 갇혀 있다. 공자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살다 죽기를 반복했으며, 더욱 사회주의 중국에서의 공자는 타도해야 할 봉건사상의 대명사였다. 공자의 동상은 파괴되었다가 복원되고, 다시 박물관 구석으로 옮겨지는 등 수난의 반복이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 패망하면서 칼을 접은 나라다. 그들은 대대로 손자병법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교본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 포로가 된 강항(姜沆) 등 조선 유학자들에게 성리학(性理學)을 처음 배워, 붓의 세계를 알게 된다. 일본에서 유학은 본시 없었고 생활 속에도 잘 안 보이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서책과 생활 속에 공자가 살아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공자에게 드리는 유교의 전통제례의식인 석전대제(釋奠大祭)도 한국에서만 전래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인데, 중·노년층에게 한류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를 물어보면 “가족 내에서 나이 든 사람이 존경받고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


    중국은 지난 30여년의 개혁 개방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했다지만, 도덕의 붕괴라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직면하고 있다. 가족윤리와 사회도덕문제에 대해 중국인이 느끼고 있는 갈증을 한류드라마가 대신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뒤늦게 공자 부활에 나선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밖으로 G2로서 중국의 문화적 위상을 알려야하고, 안으로는 공동체의식이 사라진 빈자리에 유교가치의 복원이 목적일 것이다.


    지난해 7월 한국정신문화재단이 개최한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에 세계적인 석학 짐 데이토(Dator·81) 하와이대 교수가 참석하였다. 그는 '미래학의 새 지평'이라는 강연에서 놀랍게도 유교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미래시대의 나침반'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학의 개척자이며, 유학과는 거리가 먼 듯한 노교수가 "서양의 개인주의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했지만 책임과 의무가 사라져, 인류에 화합을 가르치는 유학이 필요한 때"라며, "권리는 지키되 상대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한 사람이 결혼하면 가정과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등, 권리와 동시에 의무와 책임도 지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양의 물질문명은 넘치면 불행하나, 동양의 정신문화는 넘쳐도 부작용이 없다. 동양의 가치가 미래인류의 밸런스와 화합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바람직한 인식의 재조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