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끊기는 3년 차... 연 1860만원 갭을 메워라

    입력 : 2017.06.02 09:18

    [비정규직,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중] 中企 성공의 필요조건


    - 뉴프렉스의 생산성 향상
    계약직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 후 8300만원이던 1인당 매출액 2년 만에 1억3800만원으로 늘어


    - 선창산업 '일자리 나누기'
    기존 직원들 월급 5% 삭감 수용, 생산직 직원 80여명 더 채용… 하루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개선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인쇄회로기판 제작업체 뉴프렉스 구매자재팀 사원 권태윤(33)씨는 3년 전 파견업체 소속으로 회사에 들어왔다. 생산직 직원의 3분의 1 정도인 80여 명이 권씨와 같은 처지였다. 입사 9개월 만에 신분에 큰 변화가 생겼다. 회사가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으로 바꾸면서 계약직 사원이 됐고, 1년 뒤인 2015년 9월부터는 정규직 직원이 됐다. 경영진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원을 받으면서 비정규직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산직 직원 250여 명과 사무직 130명을 모두 회사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다. 권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이젠 정말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에는 드물긴 하지만 뉴프렉스처럼 전 직원을 정규직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곳이 있다. 회사와 기존 정규직들이 한 발씩 양보하고,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이 생산성 향상으로 화답함으로써, 윈-윈(win-win)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들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기업이나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제대로 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95%인 611만명이 중소기업(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찾아 나선 중소기업들의 정규직 전환 성공 요인을 살펴봤다.


    ◇정규직 양보와 정부 지원 결합돼야 가능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임금 상승이다. 연 매출 1000억원대 뉴프렉스도 임금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정규직이 되면 임금을 종전보다 60%나 더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뉴프렉스 회사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없었다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작년 6월 기준) 격차는 월 155만원(291만원-136만원)에 달한다. 연봉으로 보면 1860만원에 이른다. 현재 정부는 비정규직에서 전환한 정규직 1명당 월 최대 60만원씩 1년간 지원해 준다.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2619명의 근로자가 52억39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또 2년간 법인세 감면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정규직 전환 첫해에는 1인당 법인세 700만원(중견기업은 500만원)을 깎아준다. 여기에 정규직 전환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등을 비용으로 인정받아 평균적으로 법인세가 연간 약 410만원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정규직 전환에 나서는 중소기업은 1인당 약 1830만원(720만원+700만원+410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다. 정규직 전환 시 추가되는 인건비(연간 1860만원)를 거의 메울 수 있다.


    하지만, 2년 차의 경우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1인당 연 720만원)이 끊겨 임금 보전 부담이 커지고, 세제 혜택도 사라지는 3년 차부터는 인건비 부담을 온전히 기업이 짊어져야 한다.


    인천시의 대형 목재패널 제작업체 선창산업의 경우, 정규직의 양보로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한 사례다. 회사 생산직 380여 명은 지난 2015년 월급 5% 삭감안을 수용했다. 회사는 대신 그 재원으로 80여 명을 더 채용해 12시간 교대 근무를 8시간 3교대로 바꿨다. 박성주 노조위원장은 "서로 양보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일이 된다"고 말했다.


    ◇생산성 높여야 지속 가능


    중소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 지원이 끊어지는 3년 차부터 인건비 부담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성 향상이 해결책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 경영진들은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이 되면 소속감과 애사심이 높아져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뉴프렉스의 경우 2015년 정규직 전환 이후 1인당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2014년에는 직원 1명이 연간 생산하는 인쇄회로기판의 크기가 37.7㎡였는데 2015년 40.6㎡, 2016년 51.8㎡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만 57.1㎡에 달한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도 8300만원에서 9900만원, 1억3800만원으로 급증했다.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여객서비스 부문 자회사인 이스타포트의 사례도 비슷하다. 전체 직원이 250명 정도인데, 지난해 발권 업무 등 지상 근무 직원 가운데 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60%대에서 30%대로 낮아진 뒤 생산성과 서비스가 향상됐다. 회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이 가져온 생산성 증가가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