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01 13:59
-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김은경 교수(안과)
30년 넘은 직장 생활을 이제 막 은퇴한 K씨는 올해 환갑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자녀들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큰 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안과 정밀 검사를 위해 의사를 만난 K씨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녹내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야간 운전 시 조금 불편감을 느끼던 것 이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녹내장은 시신경 장애로 발생하며 뚜렷한 증상 없이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까지 이르게 되는 안과 질환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서서히 진행하는 시력 상실로 결국 완성된 훈민정음을 눈으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녹내장은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모든 연령에서 생길 수 있는 질환이지만, 특히 40세 이후에 발병률이 높다. 또한 가족 중 녹내장이 있거나, 고도근시, 장기간 스테로이드 점안액을 투여한 경우, 당뇨와 같은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녹내장 환자 증가율이 40대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양한 종류의 녹내장
녹내장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방각녹내장
이 형태의 녹내장은 방수(안구 앞쪽을 채우고 있는 물)가 눈의 안쪽에서 적절히 흘러 나가지 않아 안압이 상승하여 점차적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개방각녹내장 환자의 80% 이상이 안압이 정상임에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며, 이를 "정상안압녹내장"이라고 부른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안압을 측정하는 것 외에도 시신경 검사와 시야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폐쇄각녹내장
방수 유출로가 막혀 안압이 갑자기 높아지는 녹내장으로, 급격한 시력저하 및 심한 안통을 특징으로 하며 주로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많이 발병한다. 이런 형태의 녹내장은 한번 발생하면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미리 발견하여 필요시 예방적 홍채레이저시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차성녹내장
포도막염이나 망막혈관장애 및 외상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이며, 예후가 좋지 않고 녹내장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혈압이나 당뇨가 있다면 정기적 안과 검진을 통해 망막질환을 미리 발견하는 것이 이차성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녹내장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우며,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 릴 수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받는 고통이 큰 질환이다. 서울성모병원 녹내장 클리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높은 빈도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녹내장은 잠재적으로 실명이 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시야가 많이 좁아진 환자들은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살게 된다. 이런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 치료 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결국 녹내장은 더 빨리 진행하게 된다.
최근 한국녹내장학회 조사에서 40대 녹내장 환자의 60%가 '건강검진'을 통해 녹내장 진단을 받았으며 30%는 다른 증상으로 안과를 내원해 우연히 진단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녹내장은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하여 치료하고 관리 할 경우 시야 감소 및 시력 저하의 진행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녹내장을 비롯한 다른 안과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 안과 검진을 시행 받을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