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사람 어디로 움직일지... AI의 '눈'은 알고 있다

    입력 : 2017.06.01 09:30

    [인공지능, 이젠 시각 분야까지]


    애플·구글·삼성 등 IT 기업들, 시각으로 차세대 AI 주도권 싸움
    157억원 유치한 미국 스타트업… 보행자·자동차 위치와 경로 예측
    온라인 쇼핑땐 패션 추천해주고 식당 간판 찍으면 예약까지 가능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음성 인식에 이어 시각(視覺)으로 확대되고 있다. 애플·구글·삼성전자·인텔·아마존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시각 인지 분야 신기술을 확보하며 차세대 AI산업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미지 인식을 적용한 온라인 쇼핑 같은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공지능연구소 페이페이 리 소장은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주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시각(視覺)을 발달시킨 것처럼 컴퓨터도 더 정밀한 눈(目)을 갖게 될 것"이라며 "시각(vision)이 AI의 핵심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눈을 잡아라


    미국 애플은 5월 초 2억달러(약 2200억원)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있는 직원 20명의 소규모 기업 래티스데이터를 인수했다. 애플이 이 회사를 주목한 것은 이미지 인식 기술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기존 인공지능이 인식하기 힘든 길거리 낙서 글씨나 포스터 같은 비(非)규칙적 데이터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독보적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애플이 시리(siri)의 시각적 지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의 눈은 단순히 사물을 분별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나 자동차의 위치와 이동 방향까지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뉴럴러가 개발한 AI가 미국 보스턴의 한 거리에서 행인과 자동차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 /뉴럴러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 인텔도 최근 이스라엘 기술 기업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했다. 이 역시 자율 주행차용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뿐 아니라 AI의 핵심 기능으로 부상한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모빌아이는 자동차가 외부 사물, 사람, 차선을 인식하는 카메라 시스템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인공지능 신경망을 납품한 미국의 스타트업 뉴럴러는 시청각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거리에서 자동차와 보행자 이동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 기술을 이용하면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보행자 10명의 10초 후 경로까지 각각 예측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자율 주행차 업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1월 벤처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한 행사에서 1400만달러(약 15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시각지능연구그룹 박종열 그룹장은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80%가 시각 정보이기 때문에 AI는 시각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사물 분별뿐만 아니라 위치와 이동 방향을 예측하는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에 적용 본격화…국내 업체들도 첫 걸음


    AI의 시각적 능력은 온라인 쇼핑 같은 서비스에서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미국 아마존은 AI 음성 스피커 에코에 카메라를 추가한 에코 룩(look)을 지난 4월 공개했다. 이 기기는 카메라로 마음에 드는 옷을 찍으면 유사 상품을 검색해 의상을 추천해준다. 앞으로 냉장고 내부에 우유나 계란 같은 식재료가 있는지 등을 스스로 판별해 아마존에 주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대회에서도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소개한 구글렌즈 앱(응용 프로그램)이 최대 화제였다. 예를 들어 이 앱으로 식당 간판을 찍으면 식당 위치와 교통수단 검색, 예약까지 가능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8의 빅스비 비전은 특정한 물체를 비춘 뒤 텍스트·이미지·쇼핑으로 나뉜 카테고리(범주)를 지정하면 성분을 분석하거나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시각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파트너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스마트폰 카메라 사진을 인식해 유사 상품을 찾아주는 '쇼핑 카메라'를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이즈, 스타일, 색상, 무늬, 소재 등에 따른 정밀 검색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