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재벌정책' 기대감... 대기업 지주社 주가 들썩

    입력 : 2017.05.30 09:17

    文 정부 출범 후 3주 동안 주요 대기업 주가 평균 11.81%↑
    GS, 4년간 못깨던 5만원선 넘어… 22% 오르며 최대 상승폭 기록


    "새 정부 각종 주주 환원 정책들, 지주회사에 유리하게 작용"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그룹의 '지주(持株)회사' 주가가 부쩍 오르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 개인 투자자 모두가 LG, SK와 같은 대기업 지주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많게는 20% 이상 주가가 오른 곳도 있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이른바 '김(김상조)·장(장하성) 효과' 때문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벌 개혁론자로 유명한데, 새 정부에서 재벌 개혁이 진행될 경우 지주회사의 몸값이 올라가고 주주의 이익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주회사 주가 최대 20% 올라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26일까지 LG와 SK, CJ, GS, 두산 등 주요 9개 대기업 지주회사의 주가는 평균 11.8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전체 상승률(3.1%)보다 8%포인트 높다. 가장 많이 오른 지주회사는 GS그룹 지주회사인 ㈜GS로 문 대통령 취임 당시 5만9100원이었던 주가는 약 22% 올라 7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4년여 동안 대부분 5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지만, 한 달 만에 7만원 선을 뚫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도 9만9500원에서 17% 올라 11만6000원을 찍었다. 두산은 올 3월 9만2600원까지 빠졌지만, 문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진 5월 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지주회사인 한화(13%), LS(10%), SK(10%), CJ(8%),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예상·5%) 등의 주가도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김·장은 '주주 이익 확대' 선호… 지주회사 몸값 오를 것이란 기대감 커져


    지주회사 주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 재벌 정책이 지주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의 모(母)회사가 자회사의 위법 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회사인 지주회사 주주들이 대기업 자회사 경영진을 감시하고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 주주들의 권한이 세져 지주회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중대표소송제는) 대기업의 대주주에게는 불리하겠지만, 모회사인 지주회사 권한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주주 환원정책도 지주회사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조 후보자와 장하성 정책실장은 학자 시절부터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이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自社株消却)에 나서야 한다(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그만큼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이 커짐)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 대기업 자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확대하면, 모회사인 지주회사의 이익이 커질 수 있다. 신동준 미래에셋대우 운용전략실장은 "김 후보자와 장 실장은 재벌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자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라며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잘 견제하면 지주회사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가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 시행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