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실효세율 20%대로 올린다

    입력 : 2017.05.29 09:04

    [富 대물림 차단… 상속·증여세 감면 대폭 줄인다]


    법인·고소득자 세금 공제 축소
    제때 신고하면 깎아주던 7% 세액공제 없앨 수도


    정부가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고, 금융·임대소득이 많은 부유층에 대해선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 올해 기업과 개인이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은 37조원(기업 11조5000억원, 개인 24조9000억원 등)에 달한다.


    2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대기업 최저한세율(22%인 명목세율에서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14%에서 17%로 상향 조정된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18~19% 선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정부는 또 기업 투자액의 1~3%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대기업 R&D(연구개발)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실효세율 인상을 우선 추진하고 재원이 부족할 경우 추후 법인세 명목 세율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세금 감면 폭을 줄이거나 최저한세율을 올리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한 실효세율이 내년부터는 20%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기재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감면 축소로 2011년 17.5%이던 대기업 실효세율이 작년에 19.6%까지 올랐기 때문에 추가로 감면 제도를 정비하면 대기업 실효세율이 20%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기재부는 그러나 법인세 감면 폭을 더 줄일 여지가 많지 않고, 줄일 경우 부작용도 우려돼 고민하고 있다. 우선 전체 법인세 감면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세액납부공제(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낸 세금을 국내에서 빼주는 제도)의 경우, 축소 내지 폐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세액납부공제를 없애면 이중과세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국내에서 낸 세금을 본국에서 계속 공제받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고 말했다. 또 R&D 세액공제를 더 줄이면 기업의 연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감면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세수를 추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개인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재부는 고소득 월급쟁이에게 적용하는 근로소득공제를 줄여 소득세를 더 내게 하려고 새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또 이자·배당 수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분리과세(종합소득에 포함시키지 않고 따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를 적용하는 금융소득 한도를 연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부(富)의 대물림을 차단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제시함에 따라 상속·증여세에 대한 신고세액공제를 추가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상속·증여세를 제때 신고하기만 하면 부과할 세금의 7%를 깎아주고 있다.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는 주식 대량 보유자(코스피 기준 지분율 1% 이상, 보유액이 25억원이 넘는 사람)에 대해서만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 세율로 과세하고, 소액주주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주식 양도 차익 과세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내년까지 시행을 유예해둔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2019년부터는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기재부는 부가가치세 면세(免稅)를 적용하는 업종을 줄이는 방안도 실무 차원에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실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개인들에게 폭넓게 적용한 갖가지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며 "세금을 더 내게 될 사람들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