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의 포트폴리오... 주식형 펀드에 半, 안전상품에 半

    입력 : 2017.05.25 09:56

    [코스피 2300시대… 6개 증권사 VIP 센터장에 들어보니]


    - 주식형 펀드에 뭉칫돈
    펀드에서 5兆 빠져나갈 때 부자들은 정반대의 투자
    "삼성전자 자사株 소각 발표후 시장 분위기 확 바뀌었다"


    - 年 5% 수익 상품으로 안전장치
    주식시장 흔들릴 경우 대비해 고정적인 수익상품에도 관심
    분리 과세·비과세 상품도 인기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뚫고 승승장구하는 2300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투자에 나서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이 올랐으니 적당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좀처럼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대기성 자금이 모이는 머니마켓펀드(MMF)엔 올 들어서만 30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 6년간의 박스권 학습 효과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고점(2100) 부근에 오자마자 주식과 펀드를 팔아 현금화했지만 저금리 시대에 딱히 갈 곳은 없으니 MMF에 머물면서 눈치만 보는 모습이다.


    요즘 같은 재테크 호황기에 자산가들은 과연 돈을 어떻게 굴리고 있을까. 미래에셋대우·NH·KB·삼성·한투·대신 등 6개 증권사에서 부자 고객들이 많이 거래하는 대표VIP센터에 상황을 들어봤다. 이 지점들을 총괄하는 센터장들은 "코스피 2300시대의 큰손 트렌드는 공격과 수비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압축된다"고 입을 모았다. 연 5% 수익이 나오는 중수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채워 안정성을 확보하되 공격적인 주식이나 펀드 비중을 늘려 과거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을 사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에 왕성한 식욕


    지난달 서울 강남에 사는 60대 자산가 A씨는 지난 5년간 거래하지 않아 사실상 휴면 계좌가 되어버린 증권사 통장에 100억원의 자금을 넣었다. 원래는 은행 통장에서 수년간 잠만 잤던 여윳돈이다. A씨는 그 돈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와 같은 수출 대형주는 물론 국내 주식형 펀드까지 골고루 사들였다. A씨는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오르는 좀처럼 보기 힘든 초유의 강세장"이라며 투자 이유를 밝혔다.



    박경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부진했지만 지난 4월 27일 삼성전자가 5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 발표를 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면서 "주주(株主) 환원책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를 억눌러 왔던 저평가 요인도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대표VIP센터에서 연초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중 하나는 국내 주식형 펀드였다. 국내 펀드 시장에선 올 들어 5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부자들은 정반대의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박 센터장은 "최근 큰손들의 관심은 만년 열등생이던 코스피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식형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 대다수 고객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다수의 고객이 주식이나 펀드를 사달라며 떼로 몰려들고 있진 않고 있다.


    김도현 한투증권 영업부 지점장 역시 거액 자산가들이 선제적으로 주식형 자산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지점장은 "그동안의 성과가 답답했기 때문인지 일반 개인들 사이에선 펀드 환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경기 민감 대형주의 이익 성장에 대해 기존 잣대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환매 압박이 없는 새로 나온 국내 주식형 펀드나 기존 펀드라도 규모가 작아서 거액 자금 유출은 없는 펀드가 유리할 수 있다고 김 지점장은 덧붙였다.


    ◇공포 이겨낼 안전지대 확보


    자산가들은 공격적인 위험 자산 투자를 늘려가는 한편 예금 이자보다는 다소 높은 연 5%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금융상품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정치적 상황이 다소 불안해진 데다 북핵과 같은 변수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언제든 변덕을 부릴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이순남 대신증권 강남선릉센터장은 "정기예금 이자보다 다소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커버드콜 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다"면서 "커버드콜 펀드는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지만 파생상품 매매 기법을 가미하기 때문에 연 5%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려도 파생상품 매매를 통해 손실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황인일 미래에셋대우 강남파이낸스센터장은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으면서 연 3%대 수익은 나오는 인수금융과 7~10%대 수익이 나오는 무역금융 같은 투자은행(IB) 상품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면서 "자산 배분 목적의 달러 환전과 이를 통해 해외 주식으로의 매수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장은 "자산가들은 최근 자산시장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갖는다"면서 "우량 해외 채권이나 사모형 주가연계증권(ELS), 메자닌펀드(채권과 주식을 섞은 혼합형 금융상품)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정태민 KB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예전엔 투자 자산이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한정되었지만 지금은 메자닌, 해외 주식, 해외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채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펀드 역시 고정적인 임대 수익을 장기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신정부가 과세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분리 과세나 비과세 상품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정 지점장은 "브라질 국채는 변동성이 높아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비과세 매력이 있어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