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호의 한국의 명품문화 - 4] 단오(端午)인가 수릿날인가

  •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입력 : 2017.05.24 09:27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오는 5월 30일(음력 5월 5일)은 단오절이다. 우리 조상들은 단오를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는 날로 보았다. 단오는 농번기의 틈새에 낀 명절로, 유명한 춘향전의 성춘향과 이몽룡의 러브스토리가 남원 광한루를 무대로 하는 단옷날 그네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많은 낭만과 민속이 서려있는 단오를 우리말로는 수릿날(또는 수렛날)이라고 불렀으며, 한자로는 단오(端午), 단오(端五) 혹은 중오(重午)라고도 말하니 그 연유가 다소 헷갈릴 수 있을 것이다.


    1년은 12달이고 또 육갑(六甲)의 지지(地支)도 12(子자, 丑축, 寅인, 卯묘, 辰진, 巳사, 午오, 未미, 申신, 酉유, 戌술, 亥해)인데, 매월 한 자씩의 12지지가 12개월로 나뉘게 된다. 그 중 寅(인)부터 1월로 하여.. 1월은 寅(인)월, 2월은 卯(묘)월, 순서대로 5월은 午(오)월이 될 것이다. 단옷날인 '午(오)월 5(오)일'은 음(소리)이 같아서 오(午)가 겹친 것으로 보아 중오(重午)라고도 하였다. 또한 단(端)은 '바르다·진실'이란 뜻이니 오(午)가 겹쳤으므로 진짜 오(午)라는 뜻에서 단오(端午)라 불렸고, 단오(端午)가 명절의 대표브랜드가 되었다.


    한편, 옛 중국전국시대의 초(楚)나라 굴원(屈原)이라는 충신이야기가 있는데, 간신들의 모함에 자신의 지조를 보이기 위하여 '멱라수'라는 강에 몸을 던져?죽었다고 한다. 그날이 5월 5일 이며, 사람들이 충신의 죽음을 슬퍼하여 해마다 여울에 음식을 던지며 제사지냈다. 강의 여울을 한자로 수뢰(水瀨)라고 하므로 5월 5일은 수뢰에 제사 지내는 날이라는 뜻의 '수뢰날'이라 불렀고, 후일 발음하기 쉬운 수릿날(또는 수렛날)이라고 했다고 전해져온다.


    또한 5월은 쑥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쑥은 단군설화에서도 보이는 전통적인 영초(靈草)이며 냄새도 향기로워 옛날에는 향 대신 쑥을 태웠다. 5월이면 쑥을 말려 약재로도 쓰는데 수릿날 만든 쑥떡이 수리떡이다. 수뢰(水瀨)에 음식을 던지며 굴원(屈原)을 기리던 풍속이, 음(音)이 비슷한 수레(車)에 수레모양의 쑥떡을 만들어 던지며 액막이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수뢰(水瀨)나 수레(車)의 음이 비슷하다보니 이래저래 수릿날이고 수리(레)떡인 셈이다.


    수리떡 말고도 단오에는 창포물에 머리감기, 줄다리기, 그네뛰기와 씨름 등 많은 민속이 전래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단오부채일 것이다. 우리 세시풍속을 엮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를 보면 '여름에는 부채요, 겨울에는 달력'이라고 하였다. 단오에는 조정의 공조(工曹)와 전라도에서 부채를 만들어 왕께 올렸고, 임금은 다시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 백성들도 부채선물은 시원한 여름을 나는 미풍이었으며, 이것이 단오부채(端午扇단오선)의 전통이다. 요즘도 전주 부채는 유명하며, 여름이면 부채를 연말에는 달력을 나누는 미풍은 여전하다.


    그네뛰기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놀이다. 남원의 성춘향이 아니라도 멋스런 한복의 부녀자들이 치마폭을 바람에 날리며 하늘로 치솟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남성들의 씨름일 것이다. 씨름대회에서 이기는 사람에게는 관례로 황소를 상품으로 주었으며, 경기방식은 지금처럼 토너먼트식이 아닌 도전자를 모두 이겨 상대가 없으면 비로소 우승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가리켜 고려기(高麗技)라고 한 것을 보면 우리의 고유민속이었던 것 같다. 단오(端午)는 설, 한가위, 한식과 함께 우리나라의 4대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