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大家, 한국을 컨설팅하다... "분배는 성장과 함께"

    입력 : 2017.05.22 09:09

    [BCG그룹 뷔르크너 회장 "분배에 집착하면 각자가 누릴 몫 작아져"]


    대기업 오너십 이젠 벗어날 때… 주주가 적극적 의견 제시해야
    한국처럼 인구 줄어드는 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할 필요 없어


    "한국은 이제 신흥국이 아닙니다. 선진국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다음 단계(step)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한스 파울 뷔르크너 BCG 회장은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는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변화를 알고 있다"며 "이제 경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뷔르크너 회장은 매년 45개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를 상대로 컨설팅을 하는 경영 전문가다. 1981년 BCG에 입사, 2004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성장 없는 분배는 작은 몫"


    뷔르크너 회장은 새 정부 '경제 민주화'와 분배 중심 정책 기조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많은 사람이 경제 발전 열매를 나눠 갖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장이 빠진 분배는 결국 작은 몫을 나눠 갖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가야 최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일본과 독일·영국 예를 많이 들었다. 이 나라들과 비슷하게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은 경제를 더 개방하고 성장 이익을 공유하며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BCG 회장은"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을 통한 경쟁력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는 시대"라며 "한 공정 과정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동안 한국 경제 발전 축이었던 대기업 패밀리 비즈니스 '공(功)'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대기업 오너십을 벗어나야 할 때"라고 했다. 이제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은 폐쇄적 의사결정이 아닌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전자 대기업도 재벌 경영이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저하되고 투명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노동력 부족 문제 생길 것"


    그는 미국·중국 사이에 껴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경제 상황이 장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경제가 장기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트럼프 보호무역주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사드 관련 무역 보복도 시진핑 주석이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와 글로벌화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지속될 건 아니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경쟁력이 약화된 한국 주력 산업인 해운·조선업 등은 결국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면 대신 대체에너지나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이후 신흥시장이 어딘가'라는 질문에는 "차세대 중국은 없다"고 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기 때문. 그는 "그나마 꼽는다면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지만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한국, 일본, 독일 등과 같은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전에 노동력 감소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걸 고민하지 말고 생산성 측면에서 전체 산업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가장 크게 바꿀 분야로 건설업을 꼽았다. 지난 몇십년간 건설업은 생산성 향상이 거의 없었던 분야라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건설설비 제조업체 '코마추'는 드론, 3D스캐너 등으로 지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 시스템이 내장된 불도저에 전송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게 한다"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설계, 철거 등 건설업 전반에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