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서비스업체들, 새 먹거리 찾기 '4社4色'

    입력 : 2017.05.17 09:17

    LG CNS, 해외 진출 속도 - 日 이어 괌에 에너지시스템 수출
    삼성SDS, 물류시스템 사업 전력 - 中·태국·베트남 업체들과 합작
    SK㈜ C&C, 블록체인 보안에 승부 - 국내 첫 해상 물류서비스에 적용
    포스코ICT, 전기차 충전사업 확대 - 충전소 전국 400여개로 늘려


    삼성SDS·SK㈜ C&C·LG CNS·포스코ICT 등 국내 4대 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IT 서비스 산업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자 각자 전공 분야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신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LG CNS는 에너지 저장장치', '삼성SDS 물류시스템', 'SK㈜ C&C 블록체인 보안기술' '포스코ICT 전기차 충전사업' 등으로 업체별 차별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IT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력 사업이었던 기업·기관 내부 전산망 구축 사업은 이제 국내에선 신규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이 포화한 상태"라며 "회사의 성장과 생존을 위해 신사업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각자 특기 살린 신규 사업으로 해외 시장 개척


    LG CNS는 ESS(에너지 저장장치) 시스템 등 에너지 사업을 내세워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대형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6일엔 미국령 괌에 40㎿(메가와트)급 ESS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했다. 40㎿ 규모는 1300여 가구가 쓸 수 있다. LG CNS 정정욱 상무는 "글로벌 ESS 시스템 기업 가운데 아시아 1위, 세계 7위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작년 말 스마트에너지사업부 조직을 대폭 확대하면서 전사적으로 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2013년부터 국내 공공·금융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물류 시스템 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사업은 IT를 기반으로 고객의 물류 업무 전체를 운영·총괄하는 사업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의 물류를 담당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다. 삼성SDS는 태국 물류기업 아큐텍, 베트남 항공화물 업체 알스와 합작회사를 세운 데 이어 16일엔 중국 케리로지스틱스와 합작회사 SDS케리를 세운다고 밝혔다. 물류 시스템 사업은 올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50% 늘어난 9279억원을 기록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SK㈜ C&C는 새로운 보안 기술인 블록체인에 승부를 걸었다. 블록체인은 계좌번호나 비밀번호 같은 각종 정보를 암호화해 각 참여자의 PC나 스마트폰에 분산, 보관하는 기술로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SK㈜ C&C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상 물류 서비스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SK㈜ C&C 오세현 전무는 "보안이 필요한 물류 데이터를 선주와 육상 운송업자, 화주 등이 동시에 전달받아 공유하기 때문에 정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을 활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대하는 포스코ICT도 관심을 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제주도에서 관련 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마트·대명리조트 등과 제휴를 맺고 전기차 충전소를 전국 400여개로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 등 유관 계열사와 에너지 신사업 협력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테슬라 등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기차 충전소 보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될 경우 포스코ICT가 에너지 회사로 변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 포화로 위기감 커져


    이들 IT 서비스 업체는 주력이었던 기존 시스템 통합 사업이 사실상 '성장률 제로'로 접어들면서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이들은 주로 그룹 계열사와 공공기관에 각종 전산 시스템을 공급·관리하면서 성장했지만 2010년대 들어 그룹 내 거래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여론의 비판이 커지고 정부는 대기업 IT 서비스 업체들의 공공기관 납품을 규제하면서 더 이상 기존 시장에 기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는 "IT 서비스 업체들이 원천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각 업체들이 제한된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기업마다 전공을 살려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