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순 나루가온에프앤씨 대표 "그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

  • Interview 유승용 Editor 이호택

    입력 : 2017.05.16 14:05

    '나루에 있는 따스한 집', 나루가온에프앤씨는 이름의 의미에서 느껴지듯이 따스한 온기가 있는 한식 전문기업을 표방한다. 리원, 가온 등의 브랜드로 운영되는 6개의 직영매장과 학교 급식, 한식 관련 PB상품을 백화점에 납품하는 공장까지 보유하고 있는 한식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이기도 하다. 박효순 대표는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한식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전도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따듯한 이웃의 온기를 전달해 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봉사하고 있는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는 나루가온에프앤씨가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효순 나루가온에프앤씨 대표,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 수석부회장 /Photographer 김성호


    "대종손 집안에서 장손으로 태어났어요. 1년이면 큰 제사만 열다섯 번이 넘었죠. 어찌 보면 한식 요리가 매우 친숙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공부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죠."


    박효순 대표는 IMF 직후,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외식업을 시작했다. 첫 스타트는 레스토랑이었다. 음식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사업으로서 첫 출발에 있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유명호텔 조리실장과 호텔지배인을 영입했다. 화사한 생화로 매장을 꾸미고, 돈가스를 시키더라도 고급스러운 은촛대가 놓여진 유러피안 테이블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급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맛과 감성'이 맞아떨어지자 손님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플로렌스'는 IMF시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연인들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유명세를 탔다.


    "장사가 굉장히 잘됐어요.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고객 만족도도 높았죠. 돌아보면 지금 얘기하는 '가성비'가 좋은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아요. 한 달에 수천 만원이 고스란히 순수익으로 남았어요. 비싼 외제차도 현금을 주고 턱턱 샀죠. 내가 이쪽 일에 재능이 있구나 싶더군요."


    첫 사업의 큰 성공은 때로는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리더의 자신감이 자칫 자만심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플로렌스의 성공을 시작으로 성공하겠다 싶은 요식업 사업에 닥치는 대로 손을 댔다. 크랩전문점, 스파게티전문점, 이자카야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어느새 직원 수는 100여명이 넘어섰다. 업종은 너무 많아졌고, 집중력이 떨어지자 성장 동력은 점점 약해졌다. 3D업종의 특성상 인력 관리에 대한 문제도 속속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도 박효순 대표 본인이 지치기 시작했다.


    당시의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현재는 한식이라는 하나의 중심구도를 두고 단일 브랜드를 통해 응집력 있는 성장을 추구하게 됐다. 음식 역시 하나의 재료로부터 비롯된 다양성을 중심으로 발전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나루가온에프앤씨이다.


    "진정한 영업은 영업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빵집은 빵이 맛있으면 되고, 음식점은 음식이 맛이 있으면 되죠. 사실 기본에 충실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늘 요식업이나 프랜차이즈 관련 전략 구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제가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고객의 소리가 답이라는 거죠. 고객이 매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퇴장시까지 일련의 과정 속에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차를 하려는데 불친절하게 응대한다면 거기부터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첫 인사, 서빙, 메인 요리의 품질, 계산대에서의 매너까지 어느 한 부분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현재 나루가온은 현대백화점 미아, 목동 송도, 중동 등에 한식브랜드로 입점해 있는 '리원'과 광장동과 명동에 직영점이 있는 '가온'이 한식 전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만두, 전병 등 한식 요리를 수제품으로 제조하는 남양주 공장에서는 학교 급식과 백화점 PB상품, 온라인 판매 등을 위한 상품을 제조 유통하고 있다. 가온에프앤씨는 앞으로 3년 내 500억 매출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 봉사의 길을 만나다


    나루가온을 설립하기 이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일에 대한 회의가 삶을 짓누르던 당시 박효순 대표는 지인의 추천으로 잠시 사업을 놓고 완전히 다른 길로 '외도'를 하게 된다.


    동부지방법원과 검찰청에서 형사, 민사사건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해 주는 분쟁조정 위원으로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마치 천직을 만난 것처럼 굉장히 일 처리를 잘 해냈어요. 제가 조정한 분쟁 사건의 합의율이 90%에 육박했고, 최대 합의를 이끌어내서 검찰총장상까지 받았죠. 주어진 일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 탓인지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야 직성이 풀렸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어요. 피해자는 늘 피해를 입어야 합의가 되더라는 것이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이 너무 빈약했어요. 가해자의 인권이나 구제를 위한 제도는 다양한데 오히려 피해자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죠."


    박 대표는 범죄 피해를 당한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사회적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경찰이나 검찰에 취지를 밝히고 지원 의향을 물었으나 손사래를 쳤다. 그것은 국가가 할 일이지 민간이 나설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나 혜택은 매년 2만 건이 넘는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자들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분쟁조정 관련 일을 하며 인연이 된 수석부장검사가 많은 도움을 주며 17명이 모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이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rea Organization for Victim Assistance)의 전신이 됐다.


    "사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 왔습니다. 드디어 그 일을 찾게 된 것이죠. 우리 주변에 먹고 마시는 친목 모임은 너무도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함께 해낼 수 있는 모임은 많지 않죠. 힘이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을 모아 돕는 사회가 된다면 이것이 곧 나라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의 발족에는 박 대표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멘토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겪은 경험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어린 여자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사례가 있었다. 그는 멘토로서 사건 의뢰를 받고, 그 아이의 회복을 위해 나름의 방법을 통해 도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아이와 만나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선물도 사주면서 내 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없고, 아버지도 아이를 돌볼 여건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할머니가 보호자로 있는 아이였어요. 할머니마저 몸이 편찮아 지시자 고모 집에 잠시 머물고 있었죠. 어느 날 아이가 울면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놀란 마음에 찾아가 보니, 고모에게 심하게 맞은 상태였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가 성폭행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인 것에 충격을 받고 고모가 심하게 체벌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이 고모는 오히려 그 아이가 무섭다며 데리고 있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저도 펑펑 울었습니다. 전문적인 치료와 도움 없이 단순히 선의만 갖고는 그들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감했습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만들어 전문적인 교육과 상담, 치료와 재활을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구성하고,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에 정상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부처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을 도와주시던 수석부장검사님과 제가 정말 길에서 눈물을 흘리며 싸웠습니다. 수석부장검사님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이었습니다. 포기하라고 했죠. 하지만 전 현장과 피해자를 직접 몸으로 접한 이상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 보면 바위에 계란 물이라도 입힐 수 있지 않냐'며 강변했죠. 그만큼 간절했습니다."



    결국 각고의 노력을 통해 사안이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올라가게 됐고, 민간 최초 법무부 산하 사단법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나의 범죄가 일어나면 그로 인한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직접 피해를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직계 가족, 친지와 그 주변인까지 영향이 미친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는 전국 20개 지부를 두고 교육기관과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했다. 심리학박사, 상담학박사는 물론 관련 전공 학부생 출신 전문가 집단을 두고 피해 상담사를 꾸준히 양성하고 있다. 이 피해 상담사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경찰서와 공조해 위기 개입을 통해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은 물론 재활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구청, 시청과 연계해 각종 물자 지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는 설립을 위한 준비기간 2년을 포함해 현재 10년째 운영되고 있다. 17명에 불과했던 회원수는 현재 전국 1만 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의로운 일에 동참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피해자들이 흘리는 눈물의 양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소명의식, 사업을 이끄는 힘의 근원


    사업에 대한 회의감이 박효순 대표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지만 오히려 그 일을 통해 그는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다.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지원과 도움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박 대표는 현재 경영하고 있는 한식 프랜차이즈 사업이 그들이 삶을 지속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터전이 되기를 바란다. 배고픈 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일도 의미 있지만 어느 정도 배고픔을 달랜 이후에는 낚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음식과 관련된 사업들이니까. 이 일을 활용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준비과정입니다. 현재 제 사업이 조금 더 성장해서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온의 가맹점을 그들에게 제공하고, 그들이 자립해서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만큼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결국 이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은 이러한 소명을 갖고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서 모두에게 지원과 혜택이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기업을 성장시킨 리더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사회 환원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합니다. 함께 사업을 하고 성장시키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사회적 약자들에게 환원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요. 저는 그 부분을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헌신에서 찾은 것이지요."


    성공하는 리더의 조건에서 부와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소명의식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박효순 대표의 도전이 가치 있는 결실로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