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7조 쓸어담은 外人... 74%가 장기투자형 미국계

    입력 : 2017.05.15 09:31

    [외국인의 '新바이 코리아']


    -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
    작년 상장사 순익 100조 돌파… 글로벌 연기금들, 주식투자 늘려


    - 수출 대형주 선호, 양날의 칼
    美금리 인상·유가 급락 등 악재에 더 크게 흔들릴 수도


    한국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1일 2296.37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6년 만에 뚫린 코스피 최고점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 덕분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7조원 넘는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4조5000억원, 국내 주식은 9조원 넘게 처분하며 발을 빼고 있는 개인·기관들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2일 종가 기준 547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는 왜, 그리고 언제까지 계속될까.


    ◇외국인, 한국 주식 나 홀로 매수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0년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21조~30조원씩 사모았다. 하지만 당시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낮추는 등 돈을 풀면서 나타난 유동성(돈) 장세였다. 반면 최근 나타나는 외국인의 신(新)바이코리아는 글로벌 경기 확장에 따른 실적 장세에 기반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순익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준철 VIP 투자자문 대표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베팅하는 자금을 중심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자본시장 큰손인 글로벌 연기금들은 주식을 늘리고 채권은 줄이는 식으로 자산 배분 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바이코리아'를 주도한 자금은 단연 미국계로, 전체 순매수액의 74%를 차지한다. 미국계 자금은 주로 펀드를 통해서 유입되는데, 주가 바닥 매수를 선호하는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하다. 반면 케이맨제도나 룩셈부르크 등 조세 피난처를 통해 들어오는 자금은 핫머니(단기 투자성 자금)로 평가받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14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2일까지 한국·대만·인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 증시에 순유입된 금액은 232억달러(약 26조원)에 달했다. 작년 1년 동안의 매수액인 259억달러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계 경기 회복기에 안전 자산을 줄이고 위험 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아시아 신흥 시장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는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3.1%)보다 0.4%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한껏 높아진 외인 비중, 양날의 칼


    하지만 부쩍 높아진 외국인 투자자 비중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12일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36.42%를 기록했다. 1년 만에 3.51%포인트 늘어났고,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덩치가 큰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평균 43.8%로 더 높았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외인 비중이 50.55%였고, 2위 SK하이닉스는 51.28%, 3위 현대차도 46.15%에 달했다. 양해정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외인들이 글로벌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수출 중심국인 한국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주도 장세다 보니 올해 사상 최고치를 찍는 종목들은 주로 수출 대형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비중이 크게 높아진 만큼, 조그마한 악재라도 터져 이들이 변심한다면 증시는 예전보다 더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이 예상보다 금리를 빨리 올린다거나 유가가 급락하거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다거나 하는 상황이 악재가 될 수 있다. 또 신(新)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 생길 수 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시장 전체가 아닌 일부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매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세계 증시가 아직 과열 수준은 아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조정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핵 변수와 대중(對中) 교역 차질,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 미국 금리 인상 등을 변수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