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서 2조원 넘게 번 구글, 세금은 거의 안 낸다는데...

    입력 : 2017.05.15 09:06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회피 수법]


    구글·애플 한국법인은 유한회사… 실적 공시할 의무 없어
    일부러 서버도 해외에 두고 국내 매출도 해외 매출로 집계


    한국 등 85개국 연대 나서 기업들 조세 회피에 대응하기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조(兆) 단위 매출과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지만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의 경우 정확한 실적도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통해 분기·반기·연간 실적은 물론, 등기 이사들의 연봉까지 낱낱이 공개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물론 미국의 구글 본사는 미국 정부에 세금도 내고, 구글의 모(母)회사인 알파벳은 미 증권 당국에 주요 실적 등을 자세히 신고한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구글 유럽 본사의 구글 로고 표지판. 구글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가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각국에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블룸버그


    구글의 한국 실적이 깜깜이인 것은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有限會社)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는 1인 이상의 사원(社員)이 설립해 출자액만큼만 법적 책임을 지는 사업체로, 소규모 벤처기업에 적합한 형태로 분류된다. 그런데 주식회사만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한 현행 법률에 따라 유한회사는 매출이나 세금을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선호한다.


    세계 1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은 물론, 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구찌코리아 등 글로벌 패션 업체들도 국내 지사를 유한회사 형태로 세워 국내 매출을 숨기고 있다. 주식회사로 출발했던 애플코리아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2009년, 2006년 유한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꿨다.


    ◇국내서 조 단위 매출 거두는 구글


    이런 가운데 구글의 매출과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가 최근 발간한 '2016 대한민국 무선인터넷 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일어난 앱 판매액은 4조4656억원에 달했다. 2014년 2조4438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이번 조사는 MOIBA가 국내 무선인터넷 기업 7433곳을 대상으로 이메일 인터뷰, 전화 통화, 회사 방문 등 온·오프라인 조사를 병행해 집계됐다. 구글은 이런 거래액의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가기 때문에 구글플레이에서만 작년에 1조4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소 3000억원으로 알려진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광고 매출과 구글 검색 광고료 등을 더하면 국내에서 2조원 이상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구글플레이 거래액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올해는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국내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5000만명 중 80% 이상이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폰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안드로이드폰 확산의 일등 공신이다. 2016년 말 기준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 수는 218만8659개다.


    ◇국내 매출인데 회계상으로는 해외 매출…세금 회피하는 구글코리아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플레이'에서 국내 게임업체의 유료 앱을 구매할 때 거래 당사자는 구글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이다. 예를 들어 국내 이용자가 1000원짜리 국내 게임 앱을 사면 700원은 국내 게임업체가 가져가고, 나머지 300원은 구글아시아퍼시픽이 매출로 잡는다. 구글코리아에는 회계상 아무런 수익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낼 세금도 없다. 대신 구글 측은 법인세(17%)가 싼 싱가포르 정부에 세금을 낸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컴퓨터(서버)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 둬, 이런 세금 회피를 돕고 있다. 인터넷 기업은 제조 공장이 없기 때문에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컴퓨터의 위치를 사업장으로 인정하는 게 그동안 국제적인 관례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가 국내 게임회사의 앱을 사더라도, 이런 거래가 이뤄지는 대형 컴퓨터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모두 '해외 서비스의 이용'이라는 논리다.



    이런 세금 회피 방식은 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대부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의 한국법인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지난 7년간 약 2조원의 수익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법인세 3147억원을 추징당했다. 오라클이 국내 기업과의 계약에서 벌어들인 금액 중 상당 부분을 한국오라클이 아닌, 유럽 아일랜드 지사의 매출로 잡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12.5%로, 우리나라(22%)는 물론이고 미국(35%), 프랑스(34.4%), 일본(23.9%) 등에 비해 확연히 낮아 조세 회피처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오라클은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현재 법인세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조세 탈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세 회피 전략이 한국오라클과 유사하다"며 "넷플릭스·엔비디아 등 국내로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국내 법률을 준수하며 최근 세무조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금 회피 막고 구글세 받자'…연대에 나선 각국 정부


    다국적기업의 현지 세금 회피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85개국은 2015년부터 '다국적 기업의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문제(BEPS·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각국에 신고된 다국적기업의 사업보고서를 계열사가 있는 다른 국가들과 교환하고 조세제도 차이나 허점을 악용한 조세 회피에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기업들의 BEPS로 인한 세수 손실액이 매년 최대 2400억달러(약 27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 1월 '비상장 유한회사'들이 주요 경영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외감법(외부 감사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무회의까지 통과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 3월 임시국회에서 결론을 못 냈고 5월에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현재로선 법안 처리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원포인트 법 개정을 해서라도 외국계 기업에 우호적인 조세행정을 바로잡아야 국내 기업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