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뚫고 하이킥" "IT·금융株를 잡아라"

    입력 : 2017.05.12 09:23

    사상 최고치 경신한 국내 증시… 전문가 7人이 본 시장 전망은


    증시가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2거래일 연속(4일과 8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300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년째 코스피 지수가 1800~2100에 갇혀 있다는 이유로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 불리던 암흑기에서 벗어나,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코스피 시장의 상승은 주요 선진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동반 상승한 측면도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강해져 시너지를 내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주식 시장 호황 국면을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래에셋대우·KB·NH·삼성·한국투자·대신·IBK 등 국내 7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올해 시장 전망을 물었다.



    ◇"올해 코스피, 소폭 더 오르겠지만 활황세는 아닐 것"


    7명의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주식 시장을 '탈(脫)박스피 장세'로 규정하는 데 모두 동의했지만, 향후 주가 범위 예측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더 오르긴 하겠지만 2400~2500선을 훌쩍 뛰어넘어 3000을 향해 고속 질주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센터장은 한 명도 없었다.


    7명 중 1명(NH투자증권)만 올해 코스피 지수가 2400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4명(KB·삼성·한투·IBK)은 2300 이상~2400 미만, 2명(미래에셋대우·대신)은 2250 이상~2300 미만을 예상했다. 이미 2300선에 다다른 코스피 지수가 추가로 10~20%씩 상승하는 '활황 국면'에 접어들기에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선진국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라서 변동성이 커진 상태"라며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 완화책 철회 가능성은 증시에 분명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지수도 630~640선을 오르내리는 현재 수준에서 큰 폭의 반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7명 중 4명이 코스닥 지수가 올해 말 650 이상~700 미만 정도일 것으로 예측했다. 700을 넘어설 것으로 본 센터장은 2명(NH·한투)이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말 코스닥 지수 전망치를 현 수준보다 낮은 600 이상~650 미만으로 예측했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통화 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연말에는 대형주로 수급이 집중되는 현상을 감안할 때 코스닥은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들은 최근 공매도의 전조(前兆)로 볼 수 있는 대차거래 잔고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과거에도 증시가 가파르게 오를 때는 향후 주가 조정 국면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IT·금융·화학株 주목해야…삼성전자, 250만원 돌파할 것"


    '탈박스피' 시대에 필요한 투자 전략으로 센터장들은 "일부러 어려운 길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주, 수출 중심 대기업이 상승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지지부진한 박스권에서처럼 중·소형주에서 옥석(玉石)을 가리는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승 랠리 초기에는 현재의 상승세를 주도한 IT, 금융, 일부 내수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탈박스피를 이끈 주도 업종인 IT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센터장들도 코스피 유망 투자 분야로 IT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밖에는 금융, 화학, 음식료품, 자동차 업종 등이 있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올해 25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IB 중에는 330만원까지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다소 보수적이었다. 7명 중 5명(KB·NH·삼성·한투·대신)이 250만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전 사업 부문 실적 호조 등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증시에 투자할 경우, 추천하는 지역으로는 북미(3명)와 유럽(3명), 동남아(2명) 등이 꼽혔다.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의 경우, 올해 2만2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 리서치센터장이 가장 많았다(7명 중 3명). 지난 1월 사상 처음 2만 선을 돌파한 다우존스는 올해 2만~2만1000 구간에 갇히며 주춤한 상태다. 서영호 센터장은 "미국은 비농업부문 고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자연 실업률에 근접했고,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목표치에 도달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지표가 매우 좋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까지 의회를 통과하면 다우존스 지수는 완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2차례 더 오르고, 한국은 동결할 것"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주요 리스크는 단연 미국의 금리 인상, 양적 완화 축소 등을 꼽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자금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축통화인 달러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 세계 증시가 한꺼번에 출렁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월 연 0.5~0.75%인 기준금리를 연 0.75~1%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올해 두 차례 추가 인상 계획을 내비쳤다. 리서치센터장 7명 중 6명도 향후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횟수로 '2회'를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급증과 내수 침체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긴축적 통화 정책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 비율이 높았다. 7명 중 6명이 올해 내내 현 수준(연 1.25%)으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센터장만이 미국 금리 인상(3회)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5%) 전망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미국의 통화 정책 외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무역정책과 세제 개편안 등을 향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칠 주요 이벤트로 지목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에 큰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7명 중 3명(KB·NH·IBK)이 다음 달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과 같은 1100원 이상~1150원 미만의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