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공지능 서비스 만드는 'AI 빅뱅' 수년 내 온다"

    입력 : 2017.05.12 09:04

    [엔비디아 창업자 CEO 젠슨 황, 개발자대회서 최신 기술 공개]


    "핵심은 데이터 학습·처리 속도" 30억달러 들인 AI 전용 칩 공개
    MS·아마존 "바로 적용하겠다"
    도요타와 손잡고 무인차 개발, 촉감까지 제공하는 가상현실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영역 확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은 미래의 안내자이며, 창작자이고, 선생님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입니다."


    세계 최대 그래픽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 젠슨 황(Huang)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의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대회 '그래픽 반도체 기술 콘퍼런스(GTC) 2017'에서 'AI 빅뱅(대폭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AI 혁명의 힘'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 젠슨 황 CEO는 "앞으로 모든 분야에 AI가 적용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세계 15대 최고 기술 기업, 수백여 곳 연구소·대학, 10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과 손잡고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정 가죽점퍼에 면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는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AI가 바꿀 미래와 이를 위한 최신 기술들을 공개했다.


    ◇"개발자 아니어도 AI 서비스 만드는 시대 온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그래픽 반도체는 게임·동영상에서 이미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AI에 기반을 둬, 자율주행차(무인차)용 고화질 영상·사진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방대한 유전자·질병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에도 많이 쓰인다.


    젠슨 황 CEO는 "앞으로 수년 안에 개발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AI 서비스를 만들고 공개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고성능 반도체 칩과 AI 플랫폼(기반 기술)의 성장을 꼽았다. 그는 "AI 핵심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학습하고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엔비디아가 고성능 칩을 개발하고,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이 AI용 플랫폼을 발전시키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의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대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AI 전용 그래픽 카드 '테슬라 V100'을 소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무인차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공급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이날 첫 AI 전용 칩도 공개했다. AI 전용 그래픽 카드 '테슬라 V100'은 1초당 연산 횟수가 15조회에 달한다. 젠슨 황 CEO는 "이 제품은 AI와 딥러닝(기계학습)을 위해 설계돼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12배 빠르다"며 "이 제품 개발에만 30억달러(약 3조3800억원) 이상 투자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서버·무인차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무인차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도요타가 우리와 손잡고 무인차용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며 "양사가 공동으로 안전운전 도우미 '가디언 에인절', 운전자와 대화하는 소프트웨어 '코파일럿'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엔비디아의 무인차 진영에는 미국의 테슬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 일본의 혼다 등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까지 합류하게 됐다.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러브콜 쇄도


    올해 GTC 2017은 AI 시대를 이끄는 엔비디아의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미국의 IBM·시스코, 중국의 레노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번 행사에 스폰서로 나섰다. 세계 1·2위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과 MS는 이날 공개된 최신 그래픽 반도체를 곧바로 자신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반도체·자율차용 칩에 이어 사업 영역을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로봇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VR과 AI를 접목한 로봇 서비스인 '아이작'(Isaac)이었다. 젠슨 황 CEO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청소·조립·요리 같은 작업을 인공지능 로봇에게 학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친 로봇은 실제로 한 번도 청소를 해보지 않았지만, 가상 훈련 데이터를 받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로봇 개발 시간·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VR 분야에서는 '홀로덱'(Holodeck)이라는 협업 서비스를 공개했다. 홀로덱은 가상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컴퓨터 같은 첨단 하드웨어 제품을 실제처럼 구현한다. 컨트롤러(조종기)를 든 손으로 가상 자동차를 만지면 실제와 비슷한 촉감·질감까지 제공한다. 각자 집에 있으면서도 공장이나 실험실 현장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준다. 젠슨 황 CEO는 "홀로덱을 이용하면 가상 공간에서 자동차를 1초 만에 분해해 부품별로 구분하고 자동차 색깔도 순식간에 바꿀 수도 있다"며 "앞으로 제품 디자인과 개발 비용,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